학교 재학 않는 학령기 외국인 근로자 자녀만 9500명
새터민 중도탈락률 중학생 16.2%, 고교생 14.5% 달해
언어・문화 아닌 ‘차별화’가 장벽, 개방적 소통자세 필요
한겨레학교 개교, 코시안 정체성강화 프로그램 등 운영
양극화 논의 질적 심화 필요 작금의 핵심 화두는 양극화이다. 소득의 양극화, 고용의 양극화, 교육 양극화 등등. 각 영역에서의 양극화 논의가 매스컴의 주요 지면을 장식하고 그 대안 마련이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혹자는 ‘양극화’라는 개념을 통해 심화되는 격차의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분배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양극화는 격차의 심화 문제가 아니라, 중간층의 소멸 문제이므로 격차가 완화되어도 양극화는 심화될 수 있으며, 중간층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다 같이 ‘양극화’ 개념을 사용하여 현 상황을 진단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의 차이에 따라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상황 진단 및 해법과 관련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빈곤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확대되는 빈곤층이 빈곤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사회 이동의 기회가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인식 역시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 교육은 양극화의 한 국면으로 쟁점화 되는 동시에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해법의 한 차원으로 부각되곤 한다.
이제는 이 문제를 단순히 쟁점화 하는 차원을 넘어서 교육에서 양극화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사회적 취약계층이 어떻게 확대되고 있으며, 그들에게 교육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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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새터민) 자녀는 남한 사회의 상이한 어휘와 어조, 경쟁적이고 개인주의적 문화 등으로 인해 친구 관계 형성 및 북한과 다른 학제 및 수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있다. 사진은 안성 삼죽초의 새터민자녀 특별학급. |
새로운 취약계층의 증가 소득 부분에서 빈곤층이 증가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의 구성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이를 ‘새터민’으로 명명하고 있다.-의 국내 정착,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 결혼을 통한 이주 등으로 한국 사회의 취약계층을 구성하는 인종적, 문화적 요소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해졌다.
9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적 침체와 식량난으로 북한을 이탈하는 인구가 증가하였으며, 이에 국내로 유입되는 북한이탈주민의 규모도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그 증가율이 급격히 높아져 90년에 한해 10명 이하이던 북한이탈주민 입국자 수가 2002년부터는 연 1000명 이상의 규모로 증가해 왔다 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총 6761명의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학령기 아동·청소년의 36.3%인 432명이 평생교육시설을 포함하여 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그보다 더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2005년 현재 국내 외국인 근로자는 74만 7467명이며, 이 중 아시아계가 58만 7885명이다. 이는 20여 년 전에 비해 100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향후 우리 사회의 도시 비숙련 노동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되는 가운데 저 출산과 고학력으로 인해 전체적인 노동력 인구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특히 비숙련 노동 인구가 감소할 전망에 있어 이를 대체할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부모를 따라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05년 기준 국내 학교 재학 외국인 근로자 자녀는 총 1574명이며 아직 국내 학교에 재학하지 않고 있는 학령기 외국인 근로자 자녀는 약 95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또 다른 취약계층은 한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에 이주해 온 이들과 그들의 2세들이다.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에는 전체 결혼의 13.6%가 국제결혼이었고, 특히 농촌에서는 지난 한 해 결혼의 35.7%가 국제결혼이었다고 한다. 특히 국제결혼의 경우,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이 대부분이고, 그 중에서 한국인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의 결혼이 많다. 이에 그들 사이의 자녀는 흔히 코시안 (Korean + Asian)으로 일컬어진다. 보도에 의하면 국내 학교에 재학 중인 국제결혼 초, 중, 고 학생은 모두 6121명이며, 전남의 경우 특히 많아 2005년 7월말 현재 12살 이하 코시안 어린이가 2000명이라 한다(인터넷 한겨레 2006년 2월 16일 검색).
취약성의 중층성 이들은 모두 언어적, 문화적 취약계층들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 자녀의 경우, 법적으로 체류 자격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갖는 기본 조건들에 의해 학교교육에의 접근 기회에도 제한을 받고, 학교생활에서 적응도 쉽지 않을 것이며, 학교교육에서의 성취는 특히 취약할 것이라 쉽게 가정할 수 있고, 실제 그러하다. 게다가 이들은 그들이 지닌 취약성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갈 수 있을 만한 경제적 기반을 지니지 못한 저소득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새터민) 자녀의 경우에 남한 사회의 상이한 어휘와 어조, 경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문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인해 친구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북한과 다른 학제 및 수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하여 학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에 이들의 학교 중도 탈락률이 높아 1999년에서 2004년까지 중학생의 경우, 16.2%, 고등학생은 14.5%가 중도 탈락했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 자녀의 경우, 학령기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 자녀 추정치의 14.2%만이 국내 학교에 재학하고 있으며, 선행연구에 따르면 그나마 국내 학교에 재학하는 경우에도 한국어 교육 기회 부재, 부모의 한국 학교 문화와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지원 부재, 또래보다 많은 나이 등으로 국내 학교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으며, 특히 학력의 경우, 일반 학생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는 학교에서 드러나지 않고 있다가 가끔 이유 없는 결석으로 부적응 현상이 표면화되어 나타나고 그것이 중도탈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경향은 코시안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하지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언어 능력이 일반 아동에 비해 낮아 그것이 학습 부진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외모의 차이나 어머니가 외국인이라는 점에 의해 대인관계에 소극적이게 되고 심지어 ‘발달성 언어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등 정신적 장애를 갖게 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다문화 교육을 통한 다양한 기준의 상호 소통 필요 교육부는, 이들 새로운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표방하면서 금년 개교 예정인 새터민 자녀들을 위한 ‘한겨레 학교’ 확대, 이들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 외국인 근로자 자녀를 위한 한국어반 설치⋅운영, 결혼을 통한 이주자에 대한 교육 및 그 자녀에 대한 정체성 강화 프로그램 운영 등, 초⋅중등학교 내에서 혹은 평생교육 차원에서의 각종 지원 정책들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들은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징표라는 점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정책들, 나아가 앞으로 개발될 여타의 지원정책들이 성공적으로 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들을 동등한 사회적 주체로 인정하고 그들과 상호 소통하고자 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개방적 자세이다. 이들을 둘러 싼 가장 큰 장벽은 언어나 문화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차이의 차별화이다.
사실 이들 새로운 취약계층 자녀들 중 한국 사회와 학교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예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함은 자신의 언어적, 문화적, 신체적 정체성을 버리고 소위 ‘전형적인’ 한국인이 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응에 성공한 이들은 더 이상 그들 모국, 혹은 그들 부나 모의 모국 언어나 문화를 가까이 하지 않으며 같은 조건의 친구들을 멀리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다문화 교육이다. 다문화 교육이란 외부자의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 볼 수 있도록 하는 관점 전환의 교육이다. 그것은 자문화 중심주의(ethnocentrism)적 시각에서 탈피하게 하여 타문화, 특히 비주류 문화에 대한 인정과 그것과의 조화로운 관계 형성을 지향한다. 다시 말해 다문화 교육이란 언어, 문화, 인종, 국적이 다른 이들이 스스로의 언어적, 문화적, 신체적 특성을 떳떳하게 드러내면서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새롭게 형성되고 그 범위가 확대되어 가고 있는 취약계층 자녀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완전히 버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국 혹은 부나 모의 모국 언어나 문화, 혹은 신체적 특성 등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관련 소양을 키워가는 가운데 이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계화한다는 것은 세계를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준이 상호 소통하며 공존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하며, 우리 사회에 점차 확대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그러한 의미에서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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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특임 팀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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