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중의 하나가 정보화.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교육정보화의 의지를 밝힌 데 이어 그 후속조치들이 쏙쏙 쏟아져 나왔다. 최근에는 교육정보화추진기획단까지 꾸려졌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의 의지대로 쉽사리 정보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은 많지 않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콘텐츠 부족 및 교육과정, 교원연수 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인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중 컨텐츠 부족은 하드웨어에 이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원장 서삼영). 지난해 4월 출범이래 우리나라 교육정보화를 총괄하고 있는 기관이다. 정보원이 운영하고 있는 에듀넷은 정보원 이전의 멀티미디어지원센터시절부터 운영돼 4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 에듀넷이 컨텐츠 부족으로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무료라서 회원으로 가입하긴 했지만 이메일 보낼 때나 가끔 사용합니다. 학습을 위한 사이트는 에듀넷보다 나은 것이 많거든요. 이메일 계정주는 곳도 많아져 요즘엔 사용을 안합니다"
대구경북고 1학년 황모군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용을 별로 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교과내용을 상세하게 가르쳐 주는 내용도 없고 이곳 저곳에서 제공되고 있는 내용을 짜깁기해 놓은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다. 시간이 없긴 하지만 차라리 일반 회사에서 제공하는 학습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교사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메일만 이용하는 사람이 대다수고 학교에서 일괄 신청한 탓에 자신의 메일 비밀번호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요즘엔 일반 ISP회사에서 무료로 아이디를 나눠주고 있는 입장이라 그나마 경쟁력도 떨어져 있는 현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에듀넷을 운용하고 있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보원은 에듀넷의 현재 회원수가 180만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단순히 회원수로만 보면 일반 사이트와 비교할 때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무료로 운영되고 국가차원의 기간망이라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교육정보화실 송재신팀장은 오히려 "이용자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정보원은 150만 회원 돌파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문제는 더 있다. 송팀장은 회원들의 유효이용률은 61%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원중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효이용률이라는 것도 최근 3개월간 1번이라도 들어온 사람을 기준으로 따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더 커진다. 적어도 1주일단위라도 제대로 이용하는 회원이 얼마나 될 것인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간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호응을 얻지 못할까.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은 국가기간망이면서도 컨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단 에듀넷에 들어가면 메뉴구성이 다양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에듀넷은 수개월에 한번씩 외형을 바꿔왔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메뉴의 다양함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또 대다수의 메뉴는 체계적이지 못하다. 겉만 핥고 있을 뿐 심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자연히 한번 들어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적인 학습의 장으로 활용되지는 못한다. 메뉴를 한번 살펴보자. 고등학교 채널을 선택하면 학습정보, 진학·진로, 위성교육방송, 해외교육자료, 논술교실, 교육상담, 취업정보 등의 메뉴가 나타난다. 이중 학습정보에는 33개의 메뉴가 등록돼 있다. 이중 직접적인 학습에 도움을 주는 메뉴는 많지 않다. 일부 주지교과에 한정된 몇가지를 제외하면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메뉴는 눈에 띄질 않는다.
일선 교원이 제작한 홈페이를 정보제공자 형태로 올린 것도 있고 학원이나 일반인의 사이트를 링크시켜놓은 것도 있으며 홈페이지 경연대회 입상작도 있다. 해외 교육자료를 번역해 연결해 놓고 있는 해외교육자료 메뉴는 대부분 멀티미디어교육지원센터 시절 제작된 것이고 최근에 새롭게 갱신된 메뉴는 보이질 않는다. 고등학생을 위한 차별화된 메뉴도 부족하다. 중학교채널의 16개 학습정보 메뉴중 절반은 고등학생 채널과 같은 사이트를 연결해 중복된다. 고등학교 채널에는 그나마 사이버교과서 메뉴도 없어 사실상 학습과 관련된 이용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보원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컨텐츠가 보이질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보원측은 컨텐츠의 10%만이 IP/CP나 링크를 통해 제공되고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컨텐츠를 개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 메뉴를 들여다보면 이것이 제공된 메뉴인지 개발한 메뉴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고등학교 채널의 학습정보가 대부분 IP/CP 형태이거나 링크된 메뉴다. 취업정보는 직업능력개발원의 관련 사이트를, 진로·진학 정보에서는 사설 기관의 사이트를 연결해 놓은 경우가 많다. 정보원은 에듀넷을 포털사이트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포털사이트는 다양한 사이트를 연결해 준다는 것이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자체 개발보다는 기존에 제공되고 있는 메뉴를 찾아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하게 널려 있는 정보를 묶어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이용자가 그만큼의 수고를 덜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포털사이트들도 최근 단순한 연결서비스에서 자체 컨텐츠 확보에 더 치중하고 있다. 자체 컨텐츠 확보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에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라면 더 말할나위가 없다. 정보제공자 방식이나 링크는 이용자수가 많은 주지교과 분야에 치중될 것이 분명하고 소외 교과나 분야의 데이터는 빈약함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컨텐츠는 중구난방식이고 그들의 제공자료의 퀄리티 문제도 심각하게 된다.
또한 정보제공자의 사이트가 지적재산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자체 컨텐츠 확보없이 이것 저것 단순 확보에만 치중할 경우 껍데기만 남고 텅텅 빈 창고가 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사이버교과서도 사실 98년까지 어느정도 구축된 것이고 정보원 설립이후에는 일부만 개발된 상태로써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개발이 안되고 있다. 주지교과에만 한정돼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에듀넷이 점점 상업적인 냄새가 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얼마전 에듀넷에는 사이버모의고사를 시행하는 회사를 연동시켜 놓았다. 정보원이 전략적 제휴를 맺은 평가원의 문제은행을 링크시켜 놓은 것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유익한 것이지만 신뢰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사설기관의 유료사이트를 연결한 것은 석연치 않아 보인다. 최근에는 배너형태로만 뜨고 있지만 초기에는 분명히 공지내용을 통해 소개했었다.
최근 에듀넷 유료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이 정보원 내부적인 수준인지 교육부 차원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가차원의 교육망을 교육당사자의 다양한 의견수렴없이 유료로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과다한 사교육비용을 감축한다는 것도 에듀넷의 중요한 목적중의 하나인데 이를 부정하는 것이 첫 번째고, 에듀넷이 과연 번성하고 있는 상업 교육사이트와의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무료라는 메리트 때문에 그나마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정보원이라고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정보원은 에듀넷을 통한 컨텐츠의 개발, 확보, 보급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원은 적극적인 컨텐츠의 개발과 기 개발된 일반정보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목표아래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확보하는 일에 예산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 이같은 국가기관의 주임무부터 재정립해 체계화하는 것이 새천년 교육정보화추진의 첫단추를 올바르게 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