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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공부하겠다는 게 죄인가

남의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려고 하고, 상급학교에도 안 가려고 해서 문제이고, 학부모가 자녀들에게 공부를 안 시키려고 해서 정부가 고민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과외까지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려 하니 이 얼마나 행복에 겨운 나라인가. 더구나 교육에 의하여 승패가 결정 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국민들이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아주 유리한 조건이다.

괴외를 금지시키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최종판결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다시 고액이니 뭐니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것을 계속 억지로 막고 범죄시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또 출세하겠다고 과외하는 것도 죄가 아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열심히 벌어 자녀 공부 가르치는 데 쓰겠다는 것도 죄가 될 수 없다.

고액이 됐든 소액이 됐든 과외까지 하면서 그 지겨운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과 학부모, 국민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잘못을 찾자면 이렇게 만들어 놓은 정부의 정책당국자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정말 과외가 나쁜 것이라면 과외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어 놓은 정부가 나쁜 것이다.

사실은 과외 자체가 잘못 된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과외를 하게 된 것이 잘못이다. 필요한 과외는 지금이라도 권장해야 한다. 우리 나라 예체능계의 세계적 인물은 아마 다 과외에서 길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교육을 아무리 충실히 해도 우리 나라에 여전히 필요한 과외는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과외의 근본원인을 공교육 불신에서 찾은 것도 잘못이다.

우리 나라 과외의 근본원인은 사회체제에서 찾아야 한다. 사회체제·구조가 학력위주, 일류대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과외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과외를 처방하려면 첫째 일류편중을 완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장관 임용시 일류대로 싹쓸이만 하지 않게하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일류는 필요하고 또 인정해줘야 하지만 편중되지 않게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대학 안 가도 대학 안 간 것만큼만 손해보고 더 이상 손해 안 보게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학 안 나와도 최소한 사람 대접은 해줘야 한다.

셋째, 입시과외의 효과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입시괴외를 해도 효과를 못 본다면 근본적으로 입시과외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려면 학생선발권을 각 대학에 맡기고 각 대학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선발을 해야 한다. 넷째, 초·중·고교는 정규교육과정만 운영 해야한다. 초·중등교육은 입시 준비기관이 아니다. 초·중등 교육이 입시에 춤을 춰줘서는 안 된다. 특기·적성교육도 정규시간에만 해야한다. 대학입시는 개인의 문제이다.

다섯째, 아무리 공교육을 충실히 해도 공교육이 감당 못하는 보충교육, 영재교육, 특기·적성교육의 일부는 대안교육과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는 더 이상 교육의 독과점, 교육전매청이 될 수 없다. 공교육도 사교육, 영리교육과의 자유경쟁에서 살아남을 생각을 해야 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받더라도, 세금을 더 내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은 더 질 높은 교육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그래야 지식정보사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교육국가이다. 자연자원이 없는 작은 나라가 이웃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자손교육에 힘써 온 교육국가이다. 열심인 교육 덕택에 산업화도 앞당길 수도 있었다. 일제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도 우리 선조들은 민족교육 전락을 택했고, 남북통일도 결국 민족동질성교육으로 마무리 돼야 한다. 과외를 우격다짐으로 막으려 말고, 선량한 학생과 학부모를 나무라지 말고 과외 자체가 필요 없게 만드는 정책을 펴기 바란다. 공교육 충실화는 과외와 상관없이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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