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금지 위헌판결 이후 우리 교육은 일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 예견되지 않았던 바도 아니지만 후속대책도 마련치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전히 고액과외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규제할 것인가 등의 비생산적인 논의만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학교교육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지극히 당위론적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신뢰를 잃어 왔다는 것과도 진배없으며, 학교외 교육인 과외에 의존해 왔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파행이 연속되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연일 학교 또는 교실의 붕괴라는 표현이 서스럼없이 개진되고 있다. 심지어 학교해체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학교교육이 일대 혼란·정체기를 맞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은 국가발전을 담보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각에서 아무리 국가 인적자원개발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지만 이 또한 학교교육의 부실을 방치하고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음은 불을 보듯 빤하다.
금융부실, 기업 부실 등의 문제가 생기거나 예견된다면 정부는 물론 정치권 전체가 야단법석이다.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몇 백배의 파괴력을 지닌 교육부실에 관해서는 그저 무덤덤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하다. 그야말로 국가의 기간 산업 자체가 부실의 늪을 헤메고 있는데 이대로 방치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작금과 같은 교육 침체국면이 계속 되는 한 정부의 신뢰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음도 자명하다.
이로부터 정치권도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고 본다. 이제 제 16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국회가 우선적으로 해야할 과업의 하나가 국가적 난제인 교육의 부실을 해결하는 길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내에 특별위원회 형태의 "국가교육발전위원회"를 설치하여 교육 살리기에 특별한 관심과 지원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16대 국회는 한마디로 "교육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교육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발전을 한 차원 높게 승화시키기 위한 기반조성운동이 이번 국회에서 시작되었다고 평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