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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반 시장․반 기업적 편향성에서 벗어나야

(4) 교과서 현주소와 개편방향

반자본주의․반시장․반기업 인식 조장하는 記述 많아
정부규제의 공익설만 강조…자유무역에 대한 反感 조성

경제주체의 경제원리적 기능에 대한 체계적 설명 필요
교과서 내용 확충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인식 강화를


인간은 해석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같은 현상을 보면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다. 그리고 그러한 해석은 자신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창, 즉 가치관, 경제관 및 세계관 등에 의존하며, 이는 가정교육은 물론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다. 오늘날 청소년기의 교육은 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므로 중․고교는 물론 대학에서의 경제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인식의 창을 형성시키는 일은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밝히고 있는 경제교육의 목표는 “경제 사회 환경의 변화와 전망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제적 사고력과 의사결정력을 길러,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민주 시민 육성”이다. 이와 같은 바람직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자원의 희소성에 직면한 인간 행동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경제원리 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 행동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경제 교육이란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개인의 행동들이 상호 작용하는 시장의 작동 원리와 시장에서의 자원 배분을 대체하는 기업 구성 및 운행 원리, 기업을 조직하는 기업가, 그리고 이들 경제 주체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한 경제 원리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그러나 교과서의 내용은 목표 달성에 미흡하게 편성되어 있다. 인간성에 기초한 개인의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경제 원리적 이해보다는 당위와 소망에 입각한 내용이 많고 ‘자유와 책임’의 원리를 강조하는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적 내용보다는 반(反)자본주의 심리, 반시장 및 반기업적 인식을 조장하는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7차 과정 교과서는 제6차 과정 교과서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경제 원리와 기업의 본질 및 역할 등에 관하여 잘못 기술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기술이 많은 이유는 대부분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를 차례로 짚어 보고자 한다.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기술 많아

첫째,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어느 경제 체제에나 존재하는 문제를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탓으로 돌림으로써 반자본주의적이며 반시장 정서를 조장하는 기술이 많다. 사유 재산권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희소성 문제를 완화하는 내적 질서를 가진 반면,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그러한 질서를 가질 수 없다. 아울러 빈부 격차, 환경오염, 범죄 등의 문제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자원의 희소성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완화하여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기술해야 한다.
둘째, 자원의 희소성에 입각한 분석적 사고보다는 당위와 소망에 기초한 사고를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당위와 소망에 공동체 의식이 더해져 개인의 자유 의식보다는 집단주의 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복지 국가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담고 있는 반면에 분배 방식이 생산을 결정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최근 스웨덴의 사례는 바로 분배 방식이 생산을 결정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일관성의 결여를 들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을 옹호하면서도 그 결과로 나타나는 차이를 공정한 경쟁의 문제로 설명함으로써 사고 형성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즉, ‘지나친’, 또는 ‘과당’이라는 용어를 남발함으로써 개인의 이기심과 희소한 자원에 대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지나친’ 또는 ‘과당’은 ‘적정’이라는 기준을 필요로 하는데, 경제학에서 ‘적정’은 정의될 수 없으며, ‘과당 경쟁’은 퇴출 위협에 직면한 기업이 경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용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없다.
넷째, 완전경쟁시장을 현실 평가의 기준으로 설정함으로써 반시장 정서를 확대하고 있다. 완전경쟁시장을 기준으로 하는 한, 현실의 시장은 곧바로 실패할 수밖에 없고, 거래비용의 감소를 위해 자생적으로 태동하여 진화하는 시장이 할 일도 없게 된다. 완전경쟁시장은 현실 분석의 출발점으로는 유용할 수 있지만, 현실 시장에 대한 평가 기준이나 달성해야 할 목표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이는 물론 중․고교 교과서뿐만 아니라 대학 교과서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다섯째, 시장 구조론에 따른 독과점 이론으로 반기업 정서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대표적 설명으로서는 “․․․시장을 독점한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남길 목적으로 독점 재화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를 들 수 있다. 방해받지 않는 시장에서 존재하는 기업의 수와 경쟁의 정도는 무관하며, 독과점의 궁극적 원인은 정부에 의한 진입장벽이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여섯째, 기업 및 기업가에 대한 설명은 없고, 이들을 사적 존재가 아닌 공적 존재로 부각하여 전인격적인 책임을 요구하며, 이를 기업 및 기업가의 윤리로 설명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기업집단은 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신흥시장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생산구조라는 데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부정적 인상만 심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가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고 수출 및 성장 체제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는 기술이 대표적인 것이다.
일곱째, 정부는 언제나 선하고 전지전능한 존재로 설명하고 정부실패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즉, 정부 규제의 공익설만 있을 뿐, 그 본질을 설명하는 사익설의 내용은 전혀 없다. 정부는 곧 공익을 의미하는 반면, 시장과 기업은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유무역이 국내 생산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점을 부각하여 자유무역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고 있다. 식량 안보론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러한 교과서를 바탕으로 교육받은 청소년기의 인식과 사고는 그 이후 이를 수정할 수 있는 특정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평생 동안 사물을 인식하는 창으로 기능하게 된다. 그 결과 현재 우리 사회에는 반시장적이며 반기업적인 정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아래 그래픽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조사 결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다른 조사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각국의 CEO들이 느끼는 반기업 정서의 인식 정도에서 한국의 CEO들이 반기업 정서를 가장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대만 18%, 캐나다 20%, 미국 23%, 싱가포르 28%, 일본 45%, 인도 50%, 브라질 53%인데 반해 한국의 CEO 중 70%가 반기업 정서가 심각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경제 교과서 개편 방향

이와 같이 현재의 중․고교 경제 교과서는 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반시장적이며 반기업적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민주 시민 육성이라는 경제 교육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따라서 중․고교 경제 교과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첫째, 우선 각종 사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기 위하여 교과서를 두껍게 편찬할 필요가 있다. 즉, 교과서만 충실히 공부하면 다루는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편찬되어야 한다.
둘째,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원천적으로 실증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의 문제이므로, 이론적 측면에서 전자는 작동 가능하지만 후자는 작동할 수 없는 허황한 것이라는 점을 체계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운용해야 하는가를 인식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셋째, 사유 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자유와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통한 경제 성장은 물론, 윤리적 규범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사유 재산권이 없으면 더 부도덕하고 더 비윤리적인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사례와 함께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시장도 기본적으로 불완전하지만 다른 대안보다 자원배분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함은 물론, 소득분배도 더 고르게 한다는 점을 설명함으로써 반시장 정서를 완화해야 한다. 또한 기업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태동 이유와 발전 과정, 그리고 불확실성을 떠맡는 기업가 정신과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떠맡은 데 대가가 이윤이라는 점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다섯째, 시장 구조와 독과점에 대해서는 ‘과정으로서의 경쟁’과 독과점의 궁극적인 원인은 정부의 진입장벽임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진입장벽이 없는 상태에서 경쟁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은 효율성의 결과이므로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반대기업 정서 해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정부의 본질과 제한적 역할을 설명함으로써 정부는 언제나 선하며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맹신을 불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요약컨대, 현재 중․고교 교과서에는 자원의 희소성에 직면한 개인의 행동 분석에 바탕을 둔 시장과 기업, 그리고 기업인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 즉, 시장에서 자원 배분을 담당하는 가격의 구체적인 기능과 함께 시장이 움직이는 모습 및 기업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태동하는 이유와 이의 조직을 주도하는 기업가에 대한 경제 원리적 설명이 부족하다. 반면에 당위와 소망에 바탕을 둔 기술과 그에 따른 광범위한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각 경제 주체에 대한 경제 원리적 설명이 체계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반시장적이며 반기업 정서의 원천은 대부분 경제 현상에 대한 무지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김 영 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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