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한 벌 가격이 어른 정장 가격에 버금가는 22만∼25만원에 달해 학부모들의 부담이 적지 않은 요즘 이같이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교복을 팔고 있는 곳이 있다.
화제의 장소는 1천600명이 재학중인 경기도 광주시 장지동 경안중학교내 교복자율판매코너.
이곳에서 판매하는 옷은 졸업을 앞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내 놓은 것들로 물론 새 옷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세탁, 진열돼 있어 새 옷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4일 경안중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가 처음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학교측은 기존 주택과 최근 들어선 많은 아파트가 공존하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학생들간 가정 형편의 차이가 심한 상태에서 비싼 교복을 구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속에서 교복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전교생들에게 절약정신을 키워주기 위해 졸업생들에게 교복 기증을 부탁했고 기증 받은 교복은 다시 원하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큰 호응을 얻었던 첫해와 달리 다음해부터 이같은 교복 물려주기는 교복을 기념삼아 보관하려 하거나 졸업식 이후 별도의 시간을 내 학교를 방문, 기증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졸업생들로 인해 점차 호응이 시들해지면서 급기야 시작 3년째인 2004년에는 기증자가 50명도 되지 않았다.
이에 학교는 교복 물려주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교복을 기증하는 학생에게 교통비라도 하고 관심을 갖도록 여름 교복 기증학생에게는 2천원, 겨울 교복의 경우 3천원을 보상해 주기로 했으며 이렇게 해서 모아진 교복을 역시 같은 가격에 후배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학생회 회의와 신입생 예비 소집 안내장 등을 통해 이같은 교복판매 사실을 적극 홍보하며 참여를 권장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올 2월 졸업생 600명 가운데 300명이 교복을 기증했고 이같이 기증된 교복은 남성교사 휴게실에 마련된 판매코너를 통해 지금까지 후배들에게 무려 200벌가량 판매됐다.
특히 교복판매코너는 무인자율판매 형태로 운영되면서 교복이 필요한 학생은 이곳에서 판매노트에 교복구입사실을 기록한 뒤 양심적이고 자율적으로 판매코너 안에 비치된 상자에 교복값을 넣고 있다.
학교측은 내년 2월 졸업하는 3학년 학생들에게도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이같은 교복 물려주기 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당부, 앞으로 교복 물려주기 운동이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잡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이동욱 교무부장은 "교복 물려주기 운동이 학생들에게 절약정신과 선.후배간의 정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무인자율판매 실시에 따라 학생들의 정직성 교육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같은 전통이 앞으로 30년, 50년 계속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