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 '이공계 직업 희망'할수록 이과선택 확률 높지만
여학생은 직업계획・전공계열 선택 간 연계 강하지 않아
남녀공학 보다 여학교 다닐수록 이과 선택 가능성 낮아
어머니가 이공계 전공인 경우 딸 이공계 선택에 긍정적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이공(理工)계열을 선택하는 경향이 덜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수학 및 과학성적의 남녀 차이에서부터 가족 배경, 부모의 기대 차이, 사회적인 성역할의 구분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학생의 전공 선택은 학교 성적뿐 아니라 선호와 적성, 부모의 소득과 학력 및 직업, 기대 소득 수준, 거주 지역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남학생과는 달리 여학생은 본인의 향후 직업과 더불어 출산이나 가사와 같은 기혼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특수 상황까지 고려하여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최근 소득 수준이 증가하고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구분이 완화되면서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이공계 선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미미하다. 여고생의 이과선택비율은 남학생에 비해 여전히 낮으며, 특히 공학계열의 경우 남학생을 100%로 할 때 여학생은 22~23%에 불과하다.
여기에서는 가족 배경과 적성, 그리고 교육 과정들이 남녀 고등학생의 전공계열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아직 남녀 성별 간 직종 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가 개선이 안 된 우리 현실에서 이를 줄이는 주요 방안 중 하나가 여학생들의 이공계 전공 선택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여학생의 이과 선택을 늘림으로써 노동시장에서 성별 직종분리를 완화하려는 여성노동시장정책에 정책적 시사점을 주려고 한다.
이번 분석을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자료에서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생 2000명(2004년도)중에서 대학에 진학한 1041명(2005년도)에 대해 분석했다. 남학생은 51%가 대학에서 이과(공)계열을 선택해 고등학교에서와 비슷하게 대학에서도 이과계열을 선택했다. 그러나 여학생의 경우 고교시절 33.4%로 남학생 보다 낮았고, 대학 진학 후에는 30.5%로 감소했다. 또 남녀 간에 수리와 과학 교과목에 대한 학업성적이나 선호 별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지만, 장래희망직업이나 대학에서 이공계를 전공할 계획에 있어서는 성별로 차이가 있었다.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은 이공계 전공희망 비율이 낮고(여자 19.4% 남자 33.1%), 장래 직업으로 이공계열 전공과 관련되는 직업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분석(방법: 이과계열 전공 선택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추정)하면 ‘수학과 과학교과목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대학에서 ‘이공계 전공을 희망(deso_sci)’할수록 남녀 모두 이과 선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학생 경우에는 ‘장래에 이공계 전공 관련 직업을 희망’할수록 이과선택확률이 높지만, 여학생 경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장래의 직업계획과 전공계열의 선택 간에 연계가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학업성취도와 관련하여 ‘수학과 과학 교과목을 잘 하는 정도' 변수는 대학에서의 이공계 선택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보다는 선호가 이과 계열 선택에 더 큰 영향을 주며,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여학생의 이공계 선택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과과정상의 변화나 개선 못지않게 초중등학교 단계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를 높이는 일이 더 시급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학부모의 전공이 이공계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자. 아버지나 어머니의 전공이 인문사회계일 경우가 의약·예체능계일 때보다 여학생의 이과계열 선택 가능성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남학생에서는 어머니 전공이 인문사회계인 경우, 의약·예체능계전공인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과계열 선택가능성이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어머니가 이공계인 경우에 의약·예체능계인 경우에 비해 대학에서 여학생이 이공계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자녀의 이공계열 선택에 대하여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대학전공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남녀 학생에게 상반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이러한 결과는 부모의 전공 더미 변수를 이용한 것으로 그 비교기준이 되는 의약·예체능계전공 부모에 대비한 상대적인 영향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추정결과는 조심스럽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어머니가 중고등학교 시절 학생의 진로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감안 할 때, 여러 가지 상반된 가설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어머니의 전공이나 태도와 관련해 좀 더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소득수준이 이과선택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아버지의 소득은 여학생에서만 이과선택에 음의(-) 영향을 미치며, 부모의 전문직 종사여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학교특성이 이과선택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대도시에 소재한 학교에 다닐수록 이과선택 가능성이 높았다. 또 여학생의 경우 남녀공학에 비해 여학교에 다닐수록 이과선택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고등학교 시절의 이과계열 선택과 대학교 1학년의 이공계 선택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correlation)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상관계수는 0.574로 예상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경우 상관계수가 0.5015, 남학생은 0.5942에 그치고 있다. 이는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대학 진학 시에 전공 계열을 많이 변경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에서 논의한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고등학생의 이공계열 선택은 성적보다는 선호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여학생보다 남학생의 경우 선호를 중요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장래의 직업계획과 전공계열의 선택 간 연계가 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학생의 이공계 선택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과과정상의 변화나 개선 못지않게 초중등학교 단계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자녀의 이공계열 선택 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대학 전공이 중요하며,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에 비해 고등학교와 대학 모두에서 어머니 전공의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이공계열 전공인 경우, 의약·예체능계 전공인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딸이 대학에서 이공계를 선택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인력 부족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여권신장에도 불구하고 여학생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남학생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우수한 여성인력을 이공계로 이끌어줘야 국가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정책대안 개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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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
김 미 란 직업능력개발원 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 전문연구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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