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해 목사들이 삭발투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개신교계 일각에서 "이번 기회에 기독교 사학을 자립형 사립학교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사학법 재개정 운동에 가장 적극적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는 지난달 23일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정말 우리 기독교가 기독교 사학을 지키려면'이라는 글에서 "과연 삭발을 하고 목숨을 건 투쟁을 하여 개정 사학법을 반대하면 기독교사학은 살아날까"라며 지도부의 삭발투쟁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목사는 "개정 사학법을 반대하는 것이 생명을 걸고 투쟁할 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정부가 교육을 평준화하고 학생들을 제비뽑아 학교를 배정할 때 생명을 걸고 반대했었어야 옳다"면서 "해마다 엄청난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학교를 유지하면서 돈만 받고 개방형 이사는 받지 않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독교사학이 기독교사학으로서 사명을 감당하려면 정부의 보조를 받지 않고 자립형 사립학교로 가야 한다"면서 "(종교계는) 정부에 대해 삭발투쟁만 하지 말고 기독교사학 수호를 위해 전국적이고 거교회적인 모금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도 지난달 3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국교회는 정부가 중등 교육을 평준화할 때 이를 반대했어야 했다"면서 "사학법 재개정보다 기독교 사학의 각성이 훨씬 중요하며, 이번 삭발운동을 계기로 기독교사학 안에서 영적 각성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목사는 그러나 "교회가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김동호 목사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보조금은 정부가 중등 사학에 평준화를 요구한 대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사립학교의 등록금 결정 권한과 학생모집 권한을 학교로부터 빼앗은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김동호 목사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사학이 발전하려면 자립형 사립고로 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전체 중등학교의 7-8%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자립형 사립고가 너무 많아지면 싼값에 평준화된 교육을 받으려는 국민이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 목사는 "궁극적으로는 사학법 자체가 폐지돼야 하지만 우선은 사학법을 재개정해야 하며, 기독교사학 일부가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제도개혁을 촉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장통합 총회장 이광선 목사는 4일 "기독교인들은 일본강점기나 군사독재 때도 신앙의 압제에 물러서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삭발한 것은 비리사학이나 기득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목회자에게 목숨과도 같은 신앙과 선교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장통합 사무총장 조성기 목사도 "종교문제가 걸려있는 사학법 문제가 연말 대선정국까지 이어지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매주 목요기도회를 통해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한 뒤 2월 임시국회 때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전국 교회로 확대해 저항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