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하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일 "지금처럼 고등교육 투자가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는 시기상조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상임회장 정해룡)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국립대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대학이 독립채산을 할 수 있는 사회ㆍ경제적 여건이 성숙했을 때 법인화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교육부의 국립대 법인화안을 보면 법인화를 하더라도 여전히 교육부 장관의 통제를 받게 돼 있다"며 "이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부담은 덜면서 지배력은 유지하려는 발상이자 대학을 시장논리로 재단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형이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법인화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바로 대학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대학간 통폐합 등 구조조정 ▲연구실적 향상 및 발전기금 조성 ▲정년보장제 개선 ▲권역별 거점대학 육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립대학마다 정교수 직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달하는 것이 현실인데 이는 정교수로 승진해 길게는 20년 이상 재직하는 '정년보장제' 때문이다. 정년보장제 개선 없이는 법인화를 한다 해도 경쟁력 제고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는 전공ㆍ학과ㆍ학부 시스템도 문제다. 지역별로 특성화된 거점대학을 육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직업 및 평생교육중심대학 등을 다시 특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오오니시 히로시 일본 전국대학고전교직원조합(全國大學高專敎職員組合) 위원장도 "일본에서도 국립대학, 고등전문학교들이 법인화 후 교부금 감액으로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해있으며 교직원들의 근무여건도 나빠졌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