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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작은이야기> 아침을 여는 아이


내게는 유독 하루를 즐겁게 열어주는 아이가 있다. 김단비. 이름만으로는 괜찮은 가정의 아이처럼 느껴지지만 단비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편모
밑에서 자란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평범한 외모와는 반대로 심각한 자폐 증세를 보였다. 말없이 웃지도 울지도 않고 자신이 있고 싶은 곳에 가만 앉아 있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하지만 새로운 학교와 아이들에게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나는 단비의 존재만 인식해 줄 뿐 개인적인 특성을 세심히 배려해주지 못했다. 그저 다른
아이들처럼 등하교 때 안으며 맞아주고 인사하는 일상을 반복할 뿐이었다.
아무리 말을 시켜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단비에게 신경을 끄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초임 때 다짐한 "모든 아이를 사랑하자"는 말을
되새기면서 단비를 다시 보려고 노력했다. 단비는 정말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끊임없이 말을 걸고 칭찬하면서 안아주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고 있던 어느 날, 단비는 평소처럼 아무 말도 없이 아이들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애처롭기 보다 왜 그리 예뻐
보였는지…. 나는 단비를 뒤에서 꼭 안으면서 "선생님은 너를 무척 사랑한단다. 너도 좋다고 말해주면 좋겠구나"라고 말했다. 그때 난 처음으로 그
아이의 빛나는 눈을 보았다. 멍한 눈빛과 무반응을 기대한 나의 예상은 놀랍게도 빚나갔다.
안아주고 칭찬해 주기를 또 며칠 후. 놀라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날 단비는 유치원에 가장 일찍 와 있었다. 나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랬구나. 고맙다. 정말 고마워" 그 때의 감격이란….
그 후 단비는 놀랍게 변했다.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이제는 큰 형 반에서 활동을 주도할 정도다. 그러나 한가지는 바뀌지 않았다. 단비는 지금도
제일 먼저 유치원에 와서 나의 아침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문진 전남 도덕초병설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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