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홍성지원 정상규 판사는 8일 '여교사에 대한 차(茶) 심부름 강요' 사실을 폭로해 해당 학교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예산 보성초등학교 기간제 여교사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차 심부름 강요 행위 주체가 교장인지 교감인지를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다소 감정적인 표현을 일부 사용한 점 등을 볼 때 이 사건으로 자살한 해당 학교장의 명예가 훼손된 점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정 판사는 "다만 여성교원의 차 접대는 교육부가 사건발생 3년전부터 금지했고 교육현장에서 남녀평등은 매우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는 점, 교육 관련기관이 시정조치토록 한 점 등을 볼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봐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이어 "교육문제는 교육 관련자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등 국민들 전체의 문제로 교육에 관해 더 넓고 많은 공간에서 정보가 공개되는 공론의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 판사는 차 시중 강요에 대한 학교장의 서면사과를 받기위해 예산교육청을 항의방문했다가 퇴거 요청에 불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당시 전교조 충남지부 간부 이모, 유모씨에게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단순 참여자인 교사 최모씨 등 2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이씨와 유씨가 예산교육청 항의 방문을 주도했고 교육청측의 정당한 퇴거 요구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최씨 등은 퇴거불응의 주동자라는 증거나 퇴거요구를 받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와 유씨에게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고 퇴거불응 과정에서 상해 또는 재물을 손괴하지 않고 자진해산한 점 등을 고려 법정 구속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불구속 실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정 판사는 "이 사건에 적용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3조1항)'에는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 퇴거불응했을 때 처벌토록 하고 있으나 단체나 다중의 집합적 의사표현은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에 속하고 단체 내에서도 주도자와 소속원간 서로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퇴거에 불응할 수 있다"며 "단체나 다중의 구성원 전체를 이 법조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고 그 주동자에게만 적용하는 게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사건과 관련 홍성지원 황문섭 판사는 2005년 5월 "폭처법 3조1항에 열거된 범죄(상해, 폭행, 퇴거불응 등)들은 형법상 구류나 과료가 가능한 것부터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경중의 차이가 많은데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 행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3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한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지난해 4월 합헌 결정을 받았었다.
한편 예산 보성초 기간제 여교사였던 A씨가 2003년 3월 "여교사에게 차(茶) 심부름을 시키는 등 교권을 침해받았다" 내용을 예산군청 게시판 등에 게시하자 전교조 등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고 결국 이 학교 교장 서모씨가 심적 고통을 겪다 같은 해 4월 자살, 교육계가 비전교조와 전교조로 나눠져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큰 파문이 일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