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일 사임한 김병준 당시 교육부총리와 15일 퇴진 의사를 밝힌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공통점은 '표절 의혹'으로 도중하차했다는 점이다.
김 전 부총리는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시절 박사과정 학생의 학위 논문과 동일한 내용을 학술지에 본인 명의로 발표하고 일부 논문을 중복 게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끝까지 의혹을 부인하며 해명에 주력했으나 결국 악화된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취임 13일째 되는 날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 총장의 경우에는 고려대 교수의회 진상조사위원회가 교내외 학술지에 발표된 이 총장의 논문 8편이 표절이거나 중복게재라고 판정한 이후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이 총장 역시 결백하다고 주장하며 전체 교수 신임투표 결과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결국 신임투표 다음날 사의를 밝히게 됐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물러나기 전 '명예회복'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고 나름대로 해명을 내놓는 자리로 활용했다는 점도 똑같다.
김 전 부총리는 사퇴 하루 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문 표절과 중복 게재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고 이 총장은 고려대 교수들을 상대로 신임을 묻는 전자투표를 실시했다.
이 총장의 경우 고려대 교수의 39.2%만이 참가한 투표에서 88.7%의 지지율을 끌어내기는 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본인의 강력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해야만 했다.
학계에서는 김 전 부총리와 이 총장이 받은 '표절' 혹은 '중복게재' 의혹이 부당하다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총장 논문 중 일부 경우처럼 대학원생의 학위논문 내용을 교수와 대학원생의 공동 명의로 외부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은 애초부터 문제삼을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일부 명문 이공계 대학은 대학원생이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국제학술지에 연구성과를 논문으로 게재하지 않으면 박사학위를 주지 않는 내부기준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즉 학위논문 내용을 외부 학술지에 싣고 '검증'을 받는 것은 표절이나 중복게재가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 정상적 학문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와 이 총장 모두 문제가 있는 사례가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도력을 상실하면서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더 이상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과거의 부적절한 사례를 정당화할 수는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논문 표절, 중복게재, 도용 등 부적절한 행위를 눈감아 오던 대학교수 사회에 경종이 울리게 됐다.
하지만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 사례에 대해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경우도 있어 '형평성'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황우석 사태'의 공식 조사 과정에서 별다른 실제 기여 없이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던 박기영 순천대 교수(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의 경우 순천대 당국이 서울대ㆍ한양대 등과 달리 1년이 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이 바로 그런 사례인 것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교육부총리나 대학 총장의 경우 워낙 주목을 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본인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만큼 집중적인 검증의 대상이 되지만 일반 교수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부적절한 관행이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