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이 동급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채 피해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다면 해당 교사들에게도 피해 학생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6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A(17)양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04년 5월 자신의 집에서 김모(17)군을 비롯 6명으로부터 잇따라 성폭행을 당하는 등 같은해 8월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동급생 7명에게 차례로 성폭행을 당했다.
A양은 그해 9월 가출했다가 20일만에 등교했고 당시 A양이 다니던 중학교 학생부장 손모 교사 등 교사들에게 가출 경위 등에 대해 상담을 하다 남학생들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당시 손 교사 등은 A양의 어머니에게 "A양이 가출한 동안 모 대학생과 성관계를 가졌으니 유급당하지 않으려면 전학을 시켜달라"면서 A양의 성폭행 피해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A양은 그해 10월 다른 지역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갔고 다음해 이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북도 교육청에서 감사를 실시했지만 해당 교사들은 "A양이 전학간 이후에야 성폭행당한 것을 알았다"며 발뺌을 했고 A양의 진술서도 폐기했다.
전주지법 제2민사부(정일연 부장판사)는 A(17)양과 A양의 어머니가 성폭행 학생들과 A양의 중학교 교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가해학생들은 2천350만∼3천500만원씩을, 해당 교사들은 350만원씩을 각각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교사들은 A양과 가해학생을 불러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도리어 이 사건 수습을 위해 A양을 전학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A양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가해 학생들 역시 사건 당시 중학교 2학년으로 책임 능력이 있었고 가해 학생들의 부모 역시 학생들이 집단으로 여학생을 성폭행하지 않도록 일상적인 지도 및 조언을 계속해야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성폭행 사건이 모두 A양의 집에서 공휴일 또는 방과후에 발생한 점으로 미뤄 학교에서의 교육 활동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어 가해 학생 학교장의 보호.감독 의무가 미치지 않는다"며 가해 학생의 학교장들을 상대로 낸 손배 청구는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