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출제기관인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6월 한국에서 지필고사(PBT) 형태의 특별 시험을 1회 시행키로 했지만 국내외 교육기관 상당수에서 PBT(Paper-based TOEFL)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응시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PBT는 말하기 능력을 측정할 수 없는데다 기출문제로 준비한 학생들이 '쪽집게' 식으로 고득점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노출돼 2000년부터 CBT로 바뀌면서 사실상 사라진 시험 방식이다.
이에 따라 현재 외고 등 특목고와 국내외 대학 상당수는 CBT(Computer-based TOEFL)와 CBT에서 발전된 IBT(Internet-based TOEFL)등 두 방식만을 성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원외고의 경우 특별전형 영어성적 우수자 전형에서 토플의 경우 IBT 88점 이상, CBT 230점 이상을 지원자격으로 하고 있으며 텝스는 727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어과 국제화 전형에서도 텝스(839점 이상) 또는 토플(IBT 100점 이상, CBT 250점 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PBT 기준은 없다.
대원외고 관계자는 "PBT는 사실상 없어진 방식인데다 이미 전형을 발표한 뒤여서 PBT 점수는 제출한다고 해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외고도 사정은 비슷해 명덕외고는 영어우수자 전형에서 토플 CBT 225점 이상, IBT 85점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다.
서울외고의 경우도 CBT 210점 이상을 이화외고도 CBT 230점 이상, IBT 88점 이상을 요구한다.
다만 한영외고는 CBT(213점) IBT(80점)과 함께 PBT(550점) 점수를 인정하고 있으며 CBT와 IBT 성적을 인정하고 있는 대일외고는 "상황에 따라 PBT의 점수를 인정할 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의 경우도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미 CBT와 IBT 방식의 점수 기준을 공개해 둔 상태여서 PBT 를 인정하기가 난감하는데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한국외대는 영어 우수자 전형에서 토플 CBT와 IBT를 인정하고 있지만 PBT를 적용하는데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외대 입학처 관계자는 "IBT와 CBT는 성격이 비슷해 환산이 가능하지만 PBT는 단순비교가 어려워서 현재로서는 적용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려대는 '글로벌 KU 전형' 등에서 토플의 PBT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입학처 관계자는 "PBT 방식으로 지원하는 수험생의 경우 환산 점수표를 통해서 점수로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해외 대학의 상당수도 이미 CBT와 IBT의 기준 점수는 마련하고 있지만 PBT의 기준은 별도로 정해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토플전문 학원 관계자는 "시행한지 7년이 지난 PBT의 경우는 많은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의 경우 ETS가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만큼 많은 학교에서 인정해 줄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학교별로 인정 여부가 차이가 나면서 학생들은 해당 학교에서 인정 여부를 미리 확인한 뒤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다른 토플 학원의 관계자는 "무조건 시험을 지원할 게 아니라 지원 학교에서 PBT를 인정하는지를 확인한 뒤에 지원해야 한다"며 "PBT를 인정하지 않는 학교에 응시하는 학생은 좀 더 기다리더라도 추후에 IBT에 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이날 학교별로 PBT를 인정하는 지를 확인하는 문의전화를 하는가 하면 이미 사장된 방식을 다시 준비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수험생은 "IBT 방식에 적응됐는데 갑자기 방식을 바꿔야 해 혼란스럽다"고 말했고 다른 수험생은 "7년 전에 없어져 교재를 구하기도 힘든 PBT를 이제 와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