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우리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만큼이나 우리 언론 또한 우리 교육 문제의 보도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주요 기사거리를 생각나는 대로 간단히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이해집단간의 갈등과 투쟁 문제, 일본과 중국의 우리 역사 왜곡 문제,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경련이 공동 개발한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의 사상 편향성에 대한 문제,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정책에 대한 문제,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공동개발한 신개념의 차세대 과학 교과서의 검정 및 채택 문제, 국정교과서의 검정 전환ㆍ확대 문제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하나같이 우리 교육의 중요한 문제들이며,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 문제들은 또 하나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많은, 중요한 문제들이 모두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과정정책과의 담당 업무라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30개가 넘는 과 중 하나인 교육과정정책과가 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하나의 과에서 이 많은 업무를 감당하다보니, 우리 교육 문제들이 얼마나 내실 있게 해결되거나 개선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교육과정정책과는 초ㆍ중등학교의 교육과정과 교과서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일반명칭으로 일컬어질 때는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총론적 관심 외에도 각 교과별로 독립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음이 인식되자마자 그 업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을 알 수 있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과정정책과에는 사무관과 연구사급 이상의 직원만도 20명이 넘게 배정되어 있다. 이는 다른 과에 비하면 가히 기형적이라 할 만큼 많은 수에 해당한다. 그러나 국가 교육과정과 교과서 관리에 필요한 인력 수요에 비하면 지나치게 적은 수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공계 위기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과학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담당할 전문 인력은 연구사 1명 뿐이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담당할 과목별 전문 인력이 없는 실정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7개의 제2외국어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담당해야 할 전문 인력이 한 사람도 없으며, 현재 영어 담당 연구사가 제2외국어 교육과정과 교과서 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교과 영역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현재 1명의 연구사가 수백 개에 이르는, 10개 계열 전문교과의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우리 교육의 문제가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교육과정정책 기능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적자원개발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가인적자원위원회의 사무처 역할을 담당할 국가인적자원정책본부를 교육인적자원부 내에 설치하는 교육인적자원부 조직 개편이 진행 중이다.
7월부터 적용될 새 조직 개편과 관련해 현재 검토되고 있는 방안 중의 하나는 학교정책실 산하의 교육과정정책과를 교육과정정책국으로 확대ㆍ승격시키는 것이다. 교육과정정책 담당 조직을 과에서 국으로 확대ㆍ승격시키는 방안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교육과정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교육과정정책은 과 단위에서보다는 국 단위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각 교과목별로 최소한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정책 기능을 적어도 국 단위에 맡길 필요가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교육과정정책과를 반드시 국으로 확대ㆍ승격시키고, 국의 승격과 함께 각 교과별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 인력을 추가로 선발하여 배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