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립대학들의 내신 반영 축소 움직임에 대해 15일 정부가 긴급 대학입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재정지원 중단 등 강력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대학들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연세대, 이화여대 등 일부 사립대 입학처장들은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내신 4등급(또는 3등급) 이상을 만점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교육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밀려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한발짝 물러선 바 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에 딱히 할 말이 없다. 정시의 내신 등급 반영 방식에 대해 대학 차원에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우리 대학의 입장이다"라며 언급을 피했다.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은 "내신 등급 반영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은 대학의 공식 입장이 아니었다. 기존 방침대로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교육부의 지침을 충분히 수용하고 따르겠다"라고 말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해당 대학들이 '내신축소 방침이 공식적인 게 아니었다'며 정부의 강경대응에 한걸음 뒤로 빼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부가 과잉반응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다시 침해하고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이런 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노 코멘트'하겠다"라며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앞으로는 입학처가 (재정지원 대상인) 연구처 일까지 다하게 생겼다"며 정부의 방침을 비꼬았다.
익명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국무총리의 발표가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정부가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학들은 깜빡 죽어서 따라가는 척 하는 퍼포먼스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교육부가 툭하면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서 교수들을 구걸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내신반영을 놓고 대학과 정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갈등이 일부 대학들만의 문제일 뿐 전체 대학의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모대학 입학처장은 "전국 200여개 대학 중 불과 몇개 대학이 특목고 등의 우수한 학생을 독점하기 위해 학생부 반영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이를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보고 정부가 정면으로 반박하며 과잉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수험생들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우려가 크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공교육 정상화를 꾀하는 교육부의 의도는 잘 알겠지만 자꾸 고교 입시와 재정 지원 문제를 연관시키는 것은 교육부가 연구 프로젝트 장려라는 재정지원의 취지를 스스로 무색케 하는 만큼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