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안 강행 방침을 밝힌 것은 교육인적자원부에 입시안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촉구함과 동시에 '내신 무력화' 논란에서 사립대와는 차별적인 입장에 서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교육부가 서울대의 결정에 대해 또 한번 제재 방침 고수를 천명하고 나섬으로써 서울대의 입시안에 일정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한 양측간 대립의 골은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17일 '교육부의 내신 강화 방안에 대한 서울대의 입장'을 밝히면서 "내신 1ㆍ2등급에 만점을 주는 것은 기존의 학생부 중심 전형 기조를 한층 강화하는 것으로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라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 가운데 정시모집 일반전형의 특징은 ▲ 각 전형요소의 명목반영률과 실질반영률 일치 ▲ 수능의 자격고사화 ▲ 내신 9등급제 아래 1ㆍ2등급에 만점 부여 등으로 요약된다.
서울대는 이 가운데 학생부 교과, 비교과, 논술, 면접의 실질반영률을 명목반영률인 4:1:3:2와 일치시킴으로써 학생부가 갖는 실질적인 비중이 커졌으며 여기에 더해 수능 성적을 1단계 통과를 위한 자격고사화함으로써 학생부의 상대적 영향력이 더욱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지난 4월 밝힌 2008학년도 입시안을 토대로 2007학년도 정시 지원자를 대상으로 모의 선발을 해보니 1차 합격자들의 학생부 교과성적 분포가 전형 총점 대비 약 3∼5배로 늘어나 결과적으로 학생부 교과성적(내신)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내신 1ㆍ2등급에 모두 만점을 주는 것 역시 작년까지 교과목별로 상위 10%까지 만점을 주던 것을 등급제 체제에 맞추다보니 상위 11%인 2등급까지 만점을 주게 된 것일 뿐, 전혀 달라진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입시를 목전에 두고 기존에 확정지은 입시안을 변경함으로써 야기할 혼란을 잠재우고 내신 경쟁 과열 현상을 방지해 공교육 현장의 숨통을 튀워 주기 위한 '완충 장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대는 결론적으로 기존의 '학생부 중심 전형'을 올 입시에서 더욱 강화한 셈"이라며 "이는 교육부의 방침과도 부합하는 것이므로 제재를 받아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일부 사립대가 내신 1∼4등급까지 만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자 교육부가 범 정부 차원의 제재 방침을 발표하며 내신 1ㆍ2등급에 만점을 부여키로 한 서울대까지 제재 대상으로 거론하고 나서자 논란의 구도에 변화를 주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부 사립대가 '서울대가 1ㆍ2등급에 만점을 줘 10% 만점 비율을 11%로 늘린 것과 마찬가지로 40%에 만점을 주던 기존 방식을 등급제 체제로 맞추려다보니 1∼4등급에 만점을 주게 됐다'며 서울대의 입시 방침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데 대해 선을 그으려는 것.
김 본부장은 "석차백분율을 적용해 내신의 영향력을 강화했던 서울대와 달리 사립대들은 평어점수를 적용해 내신을 거의 무력화하다시피 했으며 이번에 알려진 1∼4등급 만점 논란 역시 '내신 무력화'라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취지로 서울대와 동일 선상에서 취급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날 서울대의 '입시안 강행' 방침과 관련해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며 초강경 자세를 유지함에 따라 이번 '내신 무력화' 논란은 교육부와 사립대, 교육부와 서울대, 사립대와 서울대가 서로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황인철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사립대 일부가 1∼4등급에 만점을 주겠다고 한 것이나 서울대가 1∼2등급에 만점을 주겠다는 것 모두 제재 대상이 된다"며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향배는 학생부 중심 전형 여부에 대한 판단 공방을 넘어 향후 입시정책의 큰 줄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화두로 자리잡아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