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치르는 제2외국어 선택과목 중 유일하게 전국에서 가르치는 고등학교가 없는데도 최근 수년간 수능에서 아랍어 응시생이 2천명을 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1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에 아랍어를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가르치는 고교는 2004년 단 1곳에 불과했고 2005년 이후로는 없었으며 다만, 지난해와 올해 광주시내 일부 고교가 대학에 위탁해 1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이 적용돼 2005학년도 수능부터 한문과 함께 아랍어가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포함됐지만 수능에 앞서 2004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모의 수능에서 제2외국어ㆍ한문 응시자 10만6천명 중 아랍어 응시자는 단 1명이었다.
그러나 2005학년도 본 수능에서는 아랍어 응시자가 599명이나 됐고 2006학년도 수능에서는 무려 2천399명에 달했으며 지난해 2007학년도 수능에서도 수험생 2천184명이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아랍어 시험을 치렀다.
전국적으로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교가 없는데도 수능에서 이처럼 아랍어에 2천여명의 수험생이 몰리는 것은 아랍어가 처음 실시된 2005학년도 수능에서 전체 51개 과목 중 유일하게 표준점수 만점이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08학년도 수능부터는 원점수와 표준점수 대신 등급제(9등급)가 적용되기 때문에 응시생 수가 적은 아랍어는 좋은 점수를 얻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기가 어려워 응시생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어는 1천145개교에서 25만3천600명이 공부해 가장 많았고 중국어는 686개교에서 10만8천600명, 독일어는 240개교에서 2만5천700명, 프랑스어는 193개교에서 2만2천100명, 러시아어는 9개교에서 총 797명이 공부했다.
박상화 교육부 교육연구사는 "전세계적으로 아랍어 사용 인구가 많아 7차 교육과정에서 포함되긴 했는데 현재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거의 없다"며 "그런데도 수능에 많이 응시해 희한하지만 등급제가 되면 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수험생이 수능에 대비해 아랍어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교육방송(EBS)이 아랍어의 고교 교육과정 편성과 함께 2004년부터 실시중인 '인터넷 수능 아랍어' 정도로 일반인도 함께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으로는 한국외대, 명지대, 부산외대, 조선대 등 4곳이 아랍어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