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부산지부가 북한의 역사책인 '현대조선역사'를 인용해 만든 교사 교육용 교재 '통일학교' 관련 수사가 용공성 여부 등을 놓고 정치쟁점화 되면서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뉴라이트 단체인 '친북 반국가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전교조 부산지부가 2005년 10월 통일학교 교재를 만들면서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가 1983년 발간한 '현대조선역사'를 상당부분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통일학교 교재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묘사하고 북한의 '선군(先軍)정치'에 대해서도 소개하는 등 북한의 역사관을 일방적으로 소개해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교조는 이 교재를 2005년 10월18일부터 11월1일까지 매주 화요일 3차례에 걸쳐 사회와 도덕, 역사 등 통일 관련 과목 교사 30여명을 대상으로 주최한 통일학교 세미나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가 정치쟁점화 된 터라 경찰은 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쉬쉬하다 언론에 보도된 것을 계기로 뒤늦게 수사에 착수하는 등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여기다 수사초기인 지난해 9월 중순 경찰이 통일학교와 관련된 교사를 조사하기 위해 여중생들을 활용했다는 '프락치 사건'이 전교조에 의해 제기되면서 수사는 주춤거렸다.
전교조는 당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전교조는 나쁜 곳이고 A교사도 나쁜 선생'이라고 말한 뒤 A교사가 이상한 말을 하면 연락해달라며 자신들의 전화번호를 남겨 사실상 학생들을 프락치로 활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통일학교 교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세는 이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만들어 수사를 더욱 더디게 했다. 수사지연에는 전교조의 비협조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 10월18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산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이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고.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통일학교' 교재를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명백한 국가보안법 위반에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이른데는 정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몰아붙였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자칫 잘못하면 신매카시즘이나 신용공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수사와 법 적용을 요구했다.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자 수사를 지휘하는 부산지검은 이후 소극적인 수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올 3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는 사실상 수사를 중단하고 다음 공안부에 공을 넘겼다.
전교조도 그동안 경찰과 검찰의 수차례 출두요구서를 여러가지 구실로 지연시키거나 거부하면서 수사는 진척을 보지 못했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전임 공안부로 부터 수사를 물려 받은 지금의 공안부가 최근 통일학교에 참여했던 교사 등 17명에게 다시 참고인 출두요구서를 보내자 이제는 과잉수사라며 반발, 향후 수사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18일 오후 부산지검앞에서 집회를 갖고 "수사를 다 끝내고도 다시 교사들의 출두를 요구하는 것은 과잉수사"라며 항의했다.
이들은 특히 "검찰이 출두요구서를 팩스로 학교로 보내 교사들이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교사들의 학술연구 활동에 대한 탄압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수사가 지연된데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출두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전교조에 책임이 많다"며 "출석해 자신들의 주장을 떳떳하게 밝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