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가짜 학위 파문'으로 외국 학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에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초ㆍ중ㆍ고교의 귀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례ㆍ편입학 심사의 경우는 외국 학력을 검증하는 절차조차 없어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급 학교와 각 시ㆍ도교육청은 일정 자격이 되는 귀국 학생에게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대학 진학시 특례입학전형 응시 자격 부여라는 특혜를 주면서도 외국 학력에 대한 별도의 진위 여부는 가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각급 학교는 유학생 등 귀국 학생이 국내 학교로 편입학을 원하면 외국학교 재학ㆍ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및 출입국 사실증명서 등을 제출받아 심사하지만 말 그대로 서류 심사에 그칠 뿐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는 따로 없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귀국 학생이 외국어고ㆍ과학고 등 특목고에 특례입학을 원하면 '특례입학자격심사위원회'를 통해 자격 기준이 되는지를 심사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당 외국학교에 확인하지는 않는다.
특례입학 대상자만 해도 6개 외고와 2개 과학고 및 체육고, 예술고 등에서 매년 정원외로 50여명을 선발하고 지원자만 150여명 정도가 되는데 시간과 인력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학력위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절차를 두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특례입학전형을 통해 15명의 학생을 선발하는 서울국제고와 내년 개교하는 세종과학고, 국내 학교 진학을 원하는 외국인 학생 등을 고려하면 지원 대상자만 수백명에 이르러 외국 학력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해왔지만 대학도 못하는데 초ㆍ중ㆍ고교에서 검증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매년 심사 대상자가 수백명씩 되는데 거짓말하면 속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하급학교에서 한차례 서류에 대한 심사를 거치고 온 경우 상급학교 진학시 이를 그대로 믿는 구조여서 자격 미달자가 각 시ㆍ도교육청의 형식적인 서류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는다면 대학 특례입학 등에서 허위학력을 그대로 인정받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와 시ㆍ도교육청이 편입학과 특례입학 심사시 적어도 해당 외국학교에 공문이나 이메일을 보내 외국학력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등 새로운 검증시스템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서류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데 시간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면 우선 합격자를 뽑아 가입학시킨 뒤 시간을 두고 최소한 합격자만이라도 외국학력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조차 외국학력 검증에 대한 부담감을 이유로 그동안 자포자기식 태도를 보여와 앞으로 개선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각 지역교육청에 학원 강사로 채용되는 서울대, 연ㆍ고대 출신 강사에 대해 매월 1차례씩 해당 학교에 학력을 조회해 위ㆍ변조 여부를 강력히 단속할 것을 지시하면서도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등 외국 유명대학 학위 소지자에 대한 단속은 포기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 당장 외국 유명대학 출신이라고 선전하고 다니는 학원 강사에 대해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우선은 국내 대학 중 위조 가능성이 큰 서울대, 연ㆍ고대 위조 여부가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