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교장, 교감 등 관리자보다는 동료교사의 평가가 자기 개선에 가장 도움 된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의 평가가 도움이 된다는 교원은 0.9%에 불과했다.
김갑성 연구위원(한국교육개발원)이 30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교원능력개발평가 정책 포럼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 내용이다. 교육개발원이 주최한 이날 포럼에서 김갑성 연구위원은 506개 교원평가 선도학교 교원, 학생, 학부모 2만 1359명을 대상으로 10월 1일~19일 동안 설문조사한 결과 등을 토대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김도기 교원대 교수도 선도학교 운영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난해 교원평가 시범학교 운영 결과와 비슷했다.
◆동료 교사 평가 신뢰도 높아=평가자로 참여하는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 중 ‘자기 개선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평가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초중고 교원들은 동료교사(61.4%), 학생(33.7%), 교장, 교감(3.9%), 학부모(0.9%) 순이라고 대답했다.
초, 중, 고교를 막론하고 동료교사의 평가가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높았지만, 교장, 교감이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초등(5.4%), 중학(2.8%), 고교(2.1%) 순으로 낮게 나왔다.
학교급이 높을수록 학생 평가가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급증한 반면 학부모 평가에 대한 선호도는 반대였다. 동료교사의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도도 비교적 높게 나왔다. ‘나에 대한 동료교원의 평가 결과는 신뢰할 만 했나’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46.8%)는 답변이 ‘그렇지 않다’(14.9%)보다 세배 이상 높게 나왔다.
이에 따라 김 연구위원은 “학생은 교사 수업에 직접 노출되는 유일한 집단이기 때문에 수업 개선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는 또 교원평가 법제화가 지연되는 사유로 “교원평가, 근평, 성과금이 통합 시행될 것이라는 교원들의 우려가 줄지 않는 실정”을 들며, “교원능력 개발 평가 목적이 오직 전문성 신장에 있음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문성 신장만을 목적으로 할 때 동료나 상사를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급 높을수록 수업 만족도 낮아=포럼에서 김도기 교수가 선도학교 운영 결과를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학교급이 높을수록 동료교원에 대한 평가와 학생·학부모의 수업과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료교원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우수’(91.4%) ‘보통’(7.9%), ‘미흡’(0.7%)으로 나타났지만, 초(94.2%), 중(90.7%), 고(89.3%)로 갈수록 만족도가 떨어졌다.
김도기 교수는 초등학교는 수업이 담임 위주로 이뤄지므로 교사, 학생 간에 친밀도가 높고 교과 동질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수업 방법과 내용 등에 대한 공유가 많은 점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초등(70.8%), 중학(57.2%), 고교(54.4%)로 갈수록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도 낮았다. 연구자는 학교급이 높을수록 수업 내용이 어려워져서 교사가 다양한 학습 방법을 동원하기 어렵고, 칭찬 위주의 조장적 지도보다 통제를 강화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교총 “다면평가 중복, 해소해야”=토론자로 나선 김동석 교총 정책교섭국장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대상을 두고 교원평가, 근무평정, 성과금이라는 평가 중복이 발생 한다”며 “근평상의 다면평가와 교원평가상의 동료평가를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외국의 사례에서도 학부모의 평가가 중요하다는 당위론과는 달리 실제로 학부모 의견을 교원평가에 반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는 정보 습득의 제한성, 자녀를 통한 2차 정보 활용에 따른 객관성, 타당성의 결여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