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급제에 대한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수리 가형의 경우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되는 현상과 더불어 원점수는 같아도 등급이 달라지는 경우가 나타나 수험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9일 입시기관과 일선학교 등에 따르면 수리 가형에서 원점수 기준으로는 똑같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라도 공통과목에서 감점이 됐느냐, 선택과목에서 감점이 됐느냐에 따라 다른 등급이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가형은 총 30문항 중 1~25번까지는 공통과목, 26~30번까지는 선택과목 문항으로 돼 있으며 공통과목은 문항이 모두 같지만 선택과목은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중 하나를 택하도록 돼 있어 선택 과목에 따라 문항이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A학생은 공통과목에서만 4점짜리 두 문제를 틀렸고 B학생은 공통과목에서 4점짜리 한 문제, 선택과목에서 4점짜리 한 문제를 틀렸다면 둘의 원점수는 모두 92점(100점 만점)으로 같지만 등급으로는 A가 3등급, B가 2등급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분과 적분'을 선택한 학생들 중 3점짜리 한 문제를 틀려 97점이 된 학생은 2등급이 됐지만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들 중에서는 97점인데도 1등급이 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언어, 외국어 등 다른 영역이 원점수 기준으로 등급을 산출하는 것과 달리 수리영역, 그 중에서도 수리 가형은 표준 점수로 등급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표준 점수는 같은 문항의 시험을 치른 응시자 집단에서 해당 수험생의 상대적인 수준을 나타내는 점수를 말한다.
수리 가형의 경우 선택과목 중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난이도 차이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를 보정하기 위해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를 적용한다.
이 때문에 같은 4점짜리 문제라 하더라도 공통과목에서 틀렸느냐, 선택과목에서 틀렸느냐에 따라 또는 선택과목들 중 어떤 과목에서 틀렸느냐에 따라 보정된 점수 차이에 의해 등급이 달라지는 경우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청솔학원 오종운 소장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 표준점수를 적용하는 것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같은 점수를 받고도 불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험생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같은 점수인데도 어디서 실수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 몰랐다"며 허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