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을 심사하면서 즐겁고 편안한 경우는, 썩 좋은 작품을 찾아냈는데 다른 심사 위원도 그 작품이 으뜸이라고 동의할 때다. 올해의 동화 부문 심사가 이렇듯 즐겁고 편안했다.
두 심사 위원은 응모작을 모두 읽고 만났다. 전체 수준이 지난해 보다 낫고, 교실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주제가 다양한 점이 바람직했다는 등의 전반적인 소감을 나눈 다음에 가장 좋다는 본 작품을 2편씩 올렸는데, 짜고 맞춘 듯 순위까지 똑같았던 것이다. 그대로 당선작은 ‘고라니의 구두 한 짝’, 가작은 ‘루세나 피델라피나’로 결정했다.
‘고라니의 구두 한 짝’은 주인공 기훈(나)과 덫에 걸려 오른쪽 앞발이 잘려나간 아기 고라니의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산촌의 서정적 정경, 그 속에 사는 한 가족의 삶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역할이 분명한 점도 돋보였다. 고라니의 대한 애증· 갈등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고, 감칠맛 나게 쓴 사투리의 대화가 읽는 맛을 더해주며, 박진감· 긴장감을 살린 치밀한 구성 등 장점이 매우 많은 작품이다. 더욱이 기훈이가 새끼 고라니를 구해내는 장면은 사뭇 감동적이다.
아쉽게 가작에 머문 ‘루세나 피델라피나’는 필리핀 출신 숙모의 이야기인데, 사회 현실 문제를 교실에서 해결하는 절묘한 대비와 구성이 돋보인다. 삼촌의 달라짐, 할머니의 호들갑, 영호의 상실감에서 비롯된 숙모에 대한 증오가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다. 캐릭터노트(이것은 영호가 몰래 숙모 방에 넣어두었다)를 가슴에 안고 첫 수업에 들어온 원어민 교사가 숙모인 것을 발견하고 “그래. 우리 숙모야. 루세나 숙모!”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여운 있는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밖에 ‘숨바꼭질’ ‘떼쓰기로 성공하기’ ‘사랑해요, 코딱지’ ‘돗자리 할아버지’ ‘잡지 마, 발야구’ 등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정진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