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한국교육평가학회 공동 교육정책토론회
수능등급제 폐지, 학생부 반영 비율 대학자율화를 골자로 한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이 21일 인수위에서 발표됐다. ‘자율’과 ‘책임’에 대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교총과 한국교육평가학회는 수능등급제, 내신등급제, 3불정책,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등 핫 이슈를 담은 정책토론회를 24일 교총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주제1> 3不정책, 바람직한 가 3不을 3許로…‘입학사정관제’도입 적극 검토 하향평준화를 해결하고 다양성과 수월성 추구를 위해 3不정책을 새로운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 입학제를 허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기종 국민대 교수는 본고사에 대해 “본고사 금지가 해제된다고 해서 과거의 국·영·수를 중심으로 한 주요과목 위주의 한줄 세우기 입시정책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학에 학생선발에 관한 자율권을 부여하되 대학도 자신에 맞는 고유한 전형방식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학력격차는 어떤 방식으로든 반영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평가 자료는 과거의 졸업생이 아닌 현재의 학생으로부터 나온 것이어야 하며, 고교에 매겨지는 등급에 학생 개개인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근거해 평가해야한다”며 “‘개인 포트폴리오’(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학생 개인의 성적과 변동 내용을 모아놓은 것)를 사용한 ‘입학사정관 제도’의 도입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이 교수는 제안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우리 사회처럼 신뢰가 낮은 곳에서 입학사정관 제도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며 “제도도입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도록 정책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학교예산의 70%를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서 기여입학제 도입은 사립대학들의 재정난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이 교수는 “그러나 기회 불평등에 대한 반발을 줄일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한의 기초 수학능력을 가진 자에 한해서 입학기회 제공 △다른 이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 아닌 정원 외 입학방식 운영 △재정수입은 대규모 연구나 사회소외계층의 교육기회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제한을 두어 저항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2> 고교내신 9등급제의 개선방안15등급 세분화, 고교등급제 반영은 ‘반대’
현행 9등급제인 내신 등급제를 15등급으로 세분화해야 된다는 안이 나왔다.
지은림 경희대 교수는 “고교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등급 수 세분화’가 9등급제 내신 개선의 가장 좋은 대안으로 나타났다”며 “15등급으로 표기하거나 백분위 점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 교수는 “내신 9등급제는 원점수가 지니고 있는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상실시킨 경향이 있다”며 “내신 9등급제가 기반하고 있는 표준점수 방식인 스테나인(표준화된 점수를 9개 등급으로 분류한다는 의미에서 ’standard'와 ‘nine'을 합친 것)은 정규분포 가정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등급별 비율도 타당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 교수는 “다양한 방식으로 내신을 표기하면, 내신 변별력을 높이고자 하는 대학은 응시생들의 백분위 점수를 사용해 내신을 평가하는 등 대학의 목표와 특성에 맞도록 정보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점수 표기를 다양화하면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보다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등급제’의 내신 반영에 대해서는 “내신 점수를 또 다른 방향으로 왜곡시킬 수 있다”며 “고교 간에 존재하는 학력이나 여러 가지 특성 차이는 대학이 학생 선발할 때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 교수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지 교수는 “입시를 위한 내신이 아닌 교육적 가치를 추구하는 내신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불안을 줄여주어야 한다”며 “일부 과목에서 뛰어난 학생이 다른 과목에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아도 안심할 수 있도록 과목들의 총점에 의한 표기(원점수와 석차등급 병기)를 포함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주제3> 수능 9등급제에 대한 고찰과목 축소, 모집단위별 가산점 부여
원점수, 표준점수, 등급, 백분위, 문항정보 등을 모두 공개하고 제공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재천 충남대 교수는 “등급제에 대한 수많은 논란의 시발은 공정성에서 비롯됐다”며 “원점수, 표준점수, 등급, 백분위 모두를 제공하면 응시생은 공정성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자신의 점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입시 대비에 매진할 수 있고, 대학은 어떤 점수를 이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지 연구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제당국 역시 ‘점수체제’에 대한 불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면, 과목 간 난이도 조절 등 수능 자체의 양호도 제고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 교수는 “수능과목을 축소하거나 일부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는 “시험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선택형 교육과정을 반영한 표준점수 및 등급 점수체제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수능과목을 대폭 줄여 이들 과목을 필수로 하거나, 선택 과목제를 유지하되 대학 혹은 모집단위별로 몇 개 과목을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과목 간 응시인원 편중현상은 필수로 지정되지 않는 과목의 경우 모집단위 사정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반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반 교수는 이날 비수도권 지역 C대의 2007학년도 합격생 2660여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수능 성적을 갖고 2008학년도의 등급제 수능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반 교수는 “실제 18명 정원의 한 과의 경우 성적으로 18등 꼴찌인 학생이 등급제를 적용하니 2등으로 올라가거나, 성적으로 3등인 학생이 등급제를 적용한 결과 11등으로, 1등인 학생은 4등으로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등급제 수능이 실력으로 평가받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제4> 학업성취도 평가의 발전 방향국가수준 평가는 ‘표집’평가 바람직
국가수준에서는 표집평가, 교육청수준에서는 전집평가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경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인수위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올 하반기부터 특정 학년 전체 학생 대상 전면시행을 발표한 후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며 “전집평가가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려면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평가 틀 정비 △국가지표의 산출 범위 결정 △결과 활용 방안 마련 없이 추진되는 전집평가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인수위읜 준비 없는 전면 실시방침에 우려를 표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집형 또는 표집형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두 방식의 병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평가대상 학년이 되면 우리나라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하도록 하되, △국가수준에서는 일정 수를 표집해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의 수준과 추이를 파악하고 교육정책 수립과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며, △교육청 수준에서는 관할 학교의 모든 학생들에게 성취수준 정보를 제공하고 학교장학과 교육청단위의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그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교육청 단위에서 책무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특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규정 법제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의 주기적 시행의 당위성을 명문화하고, 평가결과 보고 의무화를 법규에 포함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수정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업성취도 평가의 내용, 방법, 대상 학년 및 평가 영역이나 교과, 시행주기, 주관 기관 등 구체적 사항을 반드시 법제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입학처장 “점수제 환영, 수능 공신력 높아져” vs 현장 교사 “급진적 변화는 위험”인수위의 대입 3단계 자율화방안이 발표된 직후에 열린 토론회답게 회장(會場)은 ‘자율’과 ‘책임’에 대한 뜨거운 공방이 이어졌다.
먼저 장훈 중앙대 입학처장은 “수능 등급제 폐지는 잘한 일”이라며 “점수제로 바뀌면 수능시험에 대한 공신력이 높아져 대학이 학력 및 학업적성을 별도로 평가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인수위 발표를 환영했다. 이기태 경희대 전 입학관리처장은 “제도를 통한 대학입시의 제한은 모든 교육단위가 책임과 의무를 회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왔다”며 “자율화를 통해 대학은 보다 ‘책임’있는 입학관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인수위 발표에 공감을 표했다. 황규호 이화여대 입학처장도 “수능의 변화로 내신은 제한적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정시모집을 포함하는 일반 전형에서는 내신성적의 반영비율이 점차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원춘 성남서고 수석교사는 “인수위의 수능과목 축소 발표는 현장 교사로서 우려가 많이 된다”며 “고교교육 정상화를 원한다면 수능의 자격 고사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익수 서울 현대고 교감은 “인수위 발표의 핵심은 대입제도 자율화”라며 “대학은 입학전형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해 대입 전문성을 고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부터 차근차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환택 한국교총 부회장(백제중 교사)도 “단위학교의 자율적 운영을 확대하는 정책이 확산되면 3불 정책도 자율과 책무라는 보다 큰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급진적이고 변화를 위한 변화, 전체보다는 일부를 위한 정책이 되지 않도록 새 정부는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이원오 서울 수도여고 교감은 “평가 결과를 놓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금물”이라며 “자칫 학교나 교원의 책임만 지나치게 부각시키게 되면, 평가 본래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도 “인수위가 제시한 전집평가, 매년평가, 평가결과의 자세한 공개에 대해서는 대대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연구로서 가치를 갖는 표집평가와 학력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전집평가를 놓고 한국교육평가학회가 쉽지 않은 중심잡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학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