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 맑음동두천 -2.3℃
  • 맑음강릉 1.4℃
  • 서울 -1.0℃
  • 구름많음대전 0.1℃
  • 맑음대구 2.6℃
  • 맑음울산 4.8℃
  • 광주 3.9℃
  • 맑음부산 5.1℃
  • 흐림고창 3.2℃
  • 제주 8.9℃
  • 구름많음강화 -2.4℃
  • 흐림보은 0.6℃
  • 구름많음금산 2.4℃
  • 구름많음강진군 6.1℃
  • 맑음경주시 4.6℃
  • 구름조금거제 5.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

<나의 선생님>

장마 때 학생들을 손수
집까지 바래다 주셨던
장홍배 선생님

오늘 마흔하고도 두 번째 생일날 아침, 서둘러 출근을 했더니 책상에 새빨간 장미와 새하얀 백합이 한바구니 가득 앉아 참으로 아름다운 향기를
날리고 있었다. 평소 존경하는 스님께서 보내온 꽃바구니, 그 분의 마음같이 넉넉하다. 꽃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것이 비록 내 선물이
아닐지라도 주위의 모든 이에게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한 송이 꽃을 보노라면 금방 꽃의 아름다움에 취해버리고 만다.
어릴 적부터 나는 생일날이 되면 온 사방에 생일이라고 외치고 다닌 덕에 언제나 생일날이 푸짐했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나는 이삼일 전부터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알려서 생일날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아직도 나는 어머님의 말씀처럼 콩섬이나 먹어야 철이 나려는
것일까.
생일인 오늘 아침 문득 그 옛날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장홍배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유년시절 같이 뛰놀던 친구들 소식은 가끔씩 들리는데 선생님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선생님은 어느 곳에 계신 것일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선생님 댁은 학교 관사였던 것 같고 선생님께서는 그때가 신혼이셨던 같다. 이른 아침 서둘러 등교해 선생님 댁에 가면
늘 선생님께서는 사모님과 함께 아침 진지를 드시고 계셨고 우리가 인사를 드리면 우리들에게 한입 한입 선생님 드시던 수저로 밥을 먹여 주셨다. 그
밥맛은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억수같이 쏟아지던 장맛비 때문에 집에 갈 수 없었던 우리들을 데리고 일일이 집까지 바래다 주셨던 선생님.
선생님께서 동네에 오셨으니 온 마을은 큰손님을 치르는 듯 금방 잔치 집이 되어 버렸다. 엄마들 손에는 달걀 1줄, 감자 삶은 것 몇 개, 우리
할아버지께서도 담배 두 갑을 쥐시고 그저 선생님께 송구스러워 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어째서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일들이 마치 어제인양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 사람에게 있다는 귀소본능이 이제 내게도 나타나는 것일까. 내 가진
것은 비록 작아도 늘 가슴속에서 풍부한 미소를 주시는 소중한 선생님이 계시기에 마흔 두 살 오늘 생일도 또한 풍성한 축복이다. 조혜련 서울화계초
교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