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직접 담그신 다고요?”
요즘은 집에서도 잘 담그지 않는 장을 직접 담아 사랑이 듬뿍 담긴 급식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 강원 화천 광덕초등교. 유치원까지 모두 37명의 학생과 교직원 12명의 이 작은 학교는 매년 3월이면 장을 담근다.
“어머님들이 자발적으로 날을 잡아 모여 장을 담근답니다. 간장, 고추장, 된장. 맛있죠?”
10년째 조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순옥 조리사가 장독 뚜껑을 열자 갓 담근 빨간 고추장과 간장, 된장이 독마다 가득하다. 이렇게 한 번 담근 장이 광덕초 아이들의 식탁을 1년간 책임진다. 장뿐만 아니다. 2003년 시작한 친환경급식도 이 학교의 자랑이다.
“학부모님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시니까 친환경농산물이 좋다는 걸 잘 알고 계시죠. 농사지은 버섯이며 각종 야채와 제철 과일들을 싼 값에 제공해 주신답니다.”
고봉순 영양교사는 “학부모의 호응 없인 불가능했다”며 “장도 담가주시고, 김장도 학기별로 어머님들이 해주시니 급식비 2080원(도서벽지 보조금 300원 포함)으로도 친환경급식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늘의 메뉴는 검정콩밥, 청국장찌개, 돈육불고기와 상추쌈, 감자채볶음, 배추김치, 우유 그리고 바나나. 유치원이나 저학년 아이들에게 쌈에 된장, 빨갛게 볶은 돼지고기가 좀 맵지 않을까 싶었지만 식탁에 앉은 아이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무색하다.
행복한 한 입 정성으로 준비한 급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1학년 학생들의 표정에 ‘행복’이 가득하다.
“안 매워요. 얼마나 맛있는데”라며 입 안 가득 쌈을 문 김서현(1학년) 어린이를 비롯해 37명 아이들 모두 너끈하게 한 그릇 싹싹 식판을 비워낸다.
소규모 학교는 처음이라는 원영희 교장은 “유기농 친환경 급식 덕분에 우리학교엔 아토피를 앓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며 “주변에 소문이 많이 나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우리학교로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매년 줄어만 드는 학생 수에 대한 염려가 담겨있다.
고구마, 땅콩, 근대, 상추, 고추를 아이들과 함께 가꾸는 교사와 조리사. 그렇게 가꾼 채소가 식탁을 채우고, 이제 곧 진달래가 피면 어머님들과 함께 부친 화전까지 메뉴를 풍성하게 장식한다는 광덕초. 티 없이 맑은 광덕 아이들의 건강한 눈망울은 ‘모두가 함께 만드는 식탁’ 덕분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