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역광장에서는 전국의 교원대표 3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교육실정을 규탄하는 교육자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교원들은 연금법 개악 중단, 교원정년 환원, 교육청문회 개최,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현안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이에 앞서 한국교총은 공무원연금법 개정 철회, 학급당 학생수 25명으로 감축, 교원정년 환원 등을 촉구하는 교원 서명운동을 전개한 바 있으며, 전체 초 중등교원의 67%에 해당하는 22만 9,000여명이 서명한 결과를 국회 교육위원회, 청와대, 교육부, 정당 등 관계 요로에 전달했다.
김대중대통령은 대선 당시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하였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교원들의 서명운동이 세 차례나 있었고, 대규모 집회도 두 차례나 있었다. '98년에는 교원정년 단축 반대 서명운동이 있었고, '99년에는 교육공황을 초래한 이해찬 교육부장관 퇴진 서명운동이 있었으며,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 이번 서울역 광장 집회는 '98년 여의도에서 7만여명의 교원이 운집한 가운데 `쿠데타적 정년단축'을 반대한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이다.
교직단체는 교원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 정당, 행정부 등 관계 기관에 e-mail 보내기,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한 여론조성 활동을 펴고있으며 각 정당과 지역구 의원 지구당사 항의 방문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고 이를위한 위한 기금까지 모금하고 있다.
단지 일회성의 시위가 아니라 교원들의 의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총은 그 동안 전문직 단체답게 과격한 단체행동을 자제해 왔다. 과격성을 자제해온 교직단체가 최근에 연속적으로 대대적인 서명운동과 야외집회 및 가두시위를 강행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한 교육개혁이나 교육정책들이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교직사회를 활성화시키기 보다는 교권을 추락시키고 교단을 황폐화시켜 결과적으로 학교교육 붕괴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교원정년 단축, 공무원연금법 개정, 교육재정의 지속적인 삭감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교원정년 단축은 우리 교육사상 가장 실패한 정책의 표본이 되고도 남는다. 노교사 1명을 내보내고 젊은 교사 3명을 채용해 교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으며 부족교원을 충원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도 그 결과는 어떠한가? 교원경시 풍조를 유발하고 대량 명퇴파동을 초래해 교원수급상의 차질을 빚고 있다. 나아가 교육청의 재정부채를 증대시키고 파행적인 교원임용으로 교직의 전문성을 하락시켰다. 교원들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 교육부장관을 퇴진시키기 위해 서명운동을 펼쳤는데 지금 그 장본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미 입법예고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도 기금운영 실패의 책임을 교원과 공무원에게 전가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금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주먹구구식 기금운영과 대책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구조조정 때문이다. 따라서 기금부실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는 것이다.
연금법 개정은 법률과 제도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적인 소지마저 있다. 공적자금은 꼭 부실금융이나 부실기업에만 투자해야 하는 것인지? 독일처럼 연금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거나 미국, 프랑스의 수준으로 정부부담율을 대폭 인상할 수는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김대중 정부는 교육 주체인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등 교육개혁의 실패로 교육공동체를 와해시켰다. 교육재정을 GNP의 6% 수준으로 확보하겠다고 공약하였지만 교육재정을 감축시켜 오히려 4.1%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주체인 교원들이 교육정책의 실패를 규탄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항의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교원이 흔들리면 미래가 없다고 하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교원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바란다.
특히 국회는 교육청문회를 즉각 개최해 학교교육 붕괴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실패한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