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어린이 납치 살해'라는 잔혹 범죄에 떨고 있다. 교총은 급증하고 있는 유․초등생 강력사건의 실태를 진단하고, 아동안전망체제 구축을 위한 각계의 노력과 정책대안을 탐색하는 좌담을 마련했다. 10일 교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좌담은 김경윤 정책본부장의 사회로 강지원 변호사,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 김현숙 서울 개원초 교사, 이계순 서울 성동초 학부모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사진 왼쪽부터 강지원 변호사,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 이계순 서울 성동초 학부모, 김현숙 서울 개원초 교사,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안전교육은 의무교육, 성범죄교육 보급 정부 지원해야
성범죄자 신상공개, 전자팔찌 채워서라도 강력 단속을
사전예방, 사후대책 등 구체적 안전관련 교사연수 필요
‘지역공동체협력치안’ 통한 아동성범죄 예방체제 구축을
‘182, 112’ 전화로 실종 즉시 신고해야 , 아이 인수인계 한순간도 놓쳐선 안 돼
- 유괴범은 무기징역․사형의 중형으로 처벌하고 있으나 어린이 유괴․실종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유괴․실종 증가의 원인은.
강지원=우리사회의 도덕적 해이 등 사회적 요인과 충동조절장애 등 병리적 개인적 요인의 증가에 기한다고 봅니다.
표창원=그렇습니다. 고도성장의 뒤안길 가정해체, 물질만능주의 만연 등으로 인해 증가한 소아기호증(pedophilia),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등 범죄적 이상성격자가 늘고 있고, 여기에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되는 아동출연음란물(child pornography), 잔혹엽기 컨텐츠 등으로 인한 이상충동 및 욕구 증가도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윤선화=아동은 발달적으로 주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하고 욕구 조절 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위험상황에 직면하거나 사고나 범죄에 희생되기 쉬운 존재입니다. 이런 발달적 특징으로 아동을 범죄에 이용하는 사건이 증가되는 것입니다.
이계순=5학년 딸아이에게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낯선 사람이나 아는 사람이 먹을 걸 사주던지, “네 엄마가 너 어디로 오라고 하셨어.”라는 말에는 평소 교육을 받았기에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애완동물을 한 마리 준다는 말에는 의심 없이 그 사람을 따라가 동물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범죄자는 아이들의 심리상태 잘 읽어 내는 방법을 동원하기에 최근 어린이 실종 유괴 사고가 증가 한다고 생각 합니다.
김현숙=어머님 말씀처럼 아이들은 사소한 것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이렇게 만만한 어린이의 순진함, 연약함, 부모의 심리 등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 미국과 영국에서는 ‘앰버경고 시스템’을(사건 발생 즉시 전광판, 방송 등을 활용해 아동의 사진, 경위 등이 담긴 실황화면을 전파하는 유괴․납치사건 공개 전파 시스템) 발령해 시민, 자원봉사, 경찰이 공조체제를 이뤄 조속히 사건을 해결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공개 수사를 하다가 공개수사로 돌리고 있습니다. 초기대응을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윤선화=신속한 신고 및 제보를 통한 수사착수가 사건 해결의 지름길입니다. 유괴된 아동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해서는 보호자, 제3자 및 피해자의 신고태도가 중요합니다. 부모들이 평소 아동아 사진을 비롯 각종 아이 정보를 담은 수첩을 준비해 두었다가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에게 제공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경찰을 믿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합니다.
이계순=신고 접수를 받은 관할 경찰서나 순찰대에서는 행정업무상 절차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급박한 상황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실종 신고의 경우 절차를 최소화해 신속한 일처리가 이루어진다면 납치에서 유괴로 이어지는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표창원=우리나라에는 ‘아동실종 신고전화 182’ 와 ‘범죄신고 전화 112’가 있습니다. 부모와 학교, 학원 등이 연계․협력해 실종 즉시 이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실종이 확인되면 바로 112 및 182로 신고해 경찰의 즉각적 수사와 수색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리저리 찾느라 시간을 지체하다 인근 파출소나 지구대를 찾는 잘못된 관행은 답습해서는 안 됩니다.
- 유괴에 초점을 맞춘 교육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또 아이들을 가르칠 학습지도(안) 또는 지도 매뉴얼 등의 자료도 없는 실정입니다. 어린이 유괴와 납치 예방을 위한 학교의 역할과 예방교육 방법은.
김현숙=학교자체 안전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지속적 교육, 다양하고 구체적인 체험교육 프로그램 운영, 안전교육 전문가 초청교육 등 사전예방을 위한 어린이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교육을 위한 교사연수, 사전예방 교육, 사후대책에 대한 구체적 사례와 방법 교육이 필요합니다.
강지원=평소와 다른 상황에 부딪쳤을 때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얻고 행동하도록 약속하고, 이 같은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부모나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연습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신의 위험은 스스로 예방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이계순=스쿨존과 놀이터 주변을 학교와 학부모 협조하에 봉사 순찰대를 구성해 저학년 하교시간대에 한번, 고학년 하교시간대에 한번 등 하루 두 차례 순찰을 하는 것이 예방차원에서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학년별로 하교 시간을 맞춰 귀가하도록 하는 것도 안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윤선화=안전교육은 법에 의거한 의무교육입니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교재 개발이나 교사연수과정 개설에 소홀합니다. 저희 한국생활안전연합의 경우, 미국의 유괴예방기구와 MOU를 맺어 미국에서 개발된 아동유괴 및 성폭력예방 교육프로그램을 한국형으로 보완해 개발, 강사가 교육기관을 찾아가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정의 한계로 활동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적극 후원, 학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표창원=아동대상 범죄자의 접근 및 유괴 수법에 따른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고, 각 상황마다 아동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기보호 행동’과 예의와 안전이 조화된 ‘적절한 거절 어법’을 행동과 실습을 통해 몸에 익혀줘야 합니다. 교총이나 정부 차원에서 ‘표준 어린이 안전 지도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 어린이 실종․유괴사고의 예방보다 사건 해결에 더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차원의 예방방법에 무엇이 있을까요.
윤선화=우리는 이런 큰 사건이 터지면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발표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는 성과내기 식으로 예방 사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각종 민간단체에서 교육사업, 홍보사업, 감시 사업 등이 활성화되어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민간의 역량강화와 파트너십을 형성해 예방활동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김현숙=실종수사전담반을 마련하고, 공소시효를 폐지해 재발방지 및 사전예방에 힘써야합니다. 아이가 커야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후학양성, 어린이 보호를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 및 지원이 필요합니다.
강지원=‘어린이를 절대로 혼자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어른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혼자 있게 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정부는 가정과 학교사이 또는 어린이 놀이터 등과 같이 어린이 들이 자주 왕래하는 통로에는 반드시 어린이를 관찰할 수 있는 거미줄 같은 안전망을 형성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인수인계, 보호요원의 순찰, CC TV 장치 등 순간순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 최근 법제적 접근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가칭 ‘혜진․예슬법’ 제정 추진에 대한 생각과 10월부터 실행되는 아동 성폭행범 전자팔찌 부착제도에 대한 생각은. 또 범정부차원 아동안전망 구축을 위한 대안이나 정책적 제언이 있다면.
김현숙=법 제정은 사전예방, 재발방지를 위해 당연한 것입니다. 어린이와 그 가족, 친구들의 인격과 인생을 짓밟는 파렴치한의 인격을 존중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다 강력한 사후 대책으로 유괴사건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계순=성범죄자와 어린이 유괴범에게는 신상을 공개하고, 전자 팔찌를 채워서라도 강력히 단속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지원=현행법이라도 확실하게 집행될 수 있는 장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전자팔찌 제도도 전과자 재범방지에 도움이 되겠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성변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합니다.
윤선화=일본의 경우, 지차제차원에서 안전한 사회 만들기 조례를 각 도도부현에서 제정,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동안전을 위해 지역사회가 나서서 우리아이의 안전을 위해 시와 교육청, 경찰서, 부모조직, 시민사회조직이 함께 대책을 강구하고 역할을 규정해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기에 온 힘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노력이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표창원=경찰서와 지구대가 학교 및 지역사회와 밀착, 협력하여 실종, 성폭행 등 아동대상 범죄를 예방하는 ‘지역공동체협력치안’ 을 통한 ‘아동대상범죄 예방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주민 자치치안 조직이나 자율 방범조직, 민간 기동순찰, 해병전우회, 녹색어머니회, 모범운전자회, 노인회 등의 지역 주민 자원과 지방자치단체의 특별사법경찰관리, 공익요원 등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조율․통합해 어린이가 늘 보호받는 보호의 연결고리(chain of protection)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강 변호사님 말씀처럼 ‘거미줄 같은 안전망’이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