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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문학의 큰 기둥 사라졌다">

故 박경리 선생 빈소 조문행렬 이어져

5일 타계한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에는 첫 날부터 문인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외손자 원보, 세희씨가 빈소를 지킨 가운데 박완서, 황석영, 박범신, 이근배, 이문재, 도종환, 공지영, 윤대녕, 조정래, 윤흥길, 백가흠, 천명관, 윤성희 등 문인들이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정몽준 국회의원, 양숙진 현대문학 주간,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성훈 상지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전 총장 등 각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박완서 씨는 "평화롭고 곱게 돌아가셨다"고 임종 당시를 전했다.

박씨는 "항상 손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이었다"고 고인을 회고하면서 "형님이자 어머니, 대선배였다"고 말했다
소설가 황석영 씨는 "한국문학의 큰 기둥이 사라졌다.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 후배들이 그 빈자리를 메워야하는데 그럴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황씨는 "선생님이 성격이 그렇게 편하신 분은 아닌데 나는 김지하 시인과의 인연도 있고 해서 사랑을 많이 받은 편"이라며 "토지문화관을 보면서 나도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편안하게 가셔서 하나도 슬프지 않다"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공씨는 1996년 원주로 박씨를 찾아갔던 당시를 회고하며 "그때 책상 옆에 놓인 조그만 손재봉틀을 보여주시면서 문학에서 실패하면 삯바느질할 각오로 글을 쓴다고 말씀해주셨던 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공씨는 이어 "중학교때 처음으로 토지 1부를 밤새워 읽은 이후 토지를 거의 외울 정도로 여러번 읽었다"며 "작가되기 전부터 너무 좋아해서 작가된 이후 강석경 선배의 소개로 만났는데 둘다 성격이 데면데면해서 항상 조심스러웠다가 이제야 당당하게 선생님을 찾아뵙는다"고 말했다.

도종환 시인은 "문학으로 한 생을 살아오신 어르신이고 다시 뵙기 힘든 어르신"이라며 "그 정신 이어받아 한 생애 다 바쳐 문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토지문화관에 4개월간 머물며 집필했던 소설가 천명관 씨는 "박경리 선생님이 작가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싫어하셔서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우리같은 '객들'에게 손수 밥을 챙겨주시고 반찬을 만들어 내려보내주시던 마나님 같으신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소설가 조정래 씨는 "우리 문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신 분"이라며 "홍명희의 '임꺽정' 이후 대가 끊겼던 대하소설의 맥을 이어주셨다"고 평가했다.

조씨는 "선생님의 타계는 우리 문학계에도 큰 손실"이라며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후배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더 많이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국회의원도 빈소를 찾아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사셨어야 했는데 안타깝다"며 "돌아가신 왕회장님이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하셔서 자주 교류하셨다"고 전했다.

문국현 의원은 "정말 큰 별이고 아직도 더 할일이 많으신데…"라고 아쉬움을 전하며 "생명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이 문학에서나 생활에서나 묻어나셨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빈소를 지킨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박경리 선생님은 훌륭한 문인이시기도 하지만 넓게는 20세기의 생명사상가"라며 "박경리 선생님의 생명 사상을 기리는 상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피곤한 모습의 김지하 시인은 "이렇게들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외에는 취재진들에게 말을 아낀 채 조문객들을 맞았다.

이날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한승수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화환을 통해 조의를 표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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