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교장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계속 칭찬을 들은 지적장애 학생이 중학교에 진학하자마자 학급 반장으로 당선돼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경기도 안산 와동초.중학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와동초교를 졸업하고 올해 와동중에 진학한 김승길(13.지적장애3급)군은 지난달 8명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몰표를 얻다시피 해 1학년 6반 반장으로 뽑혔다.
지적인 장애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김 군이 일반 학생들이 다니는 중학교에 진학하고 또 반장 선거에 나서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 칭찬과 사랑으로 김 군을 지도한 박원순(59) 와동초교 교장선생님 덕분.
김 군이 4학년이었던 2005년도에 와동초교에 부임한 박 교장은 1천900명의 전교 학생들 가운데 유일하게 특수교육대상자인 김 군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당시에는 특수 학급이 없었기 때문에 김 군이 일반 학급에서 다른 학생들과 힘들게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
그 해 박 교장은 김 군이 한자자격시험 7급에 합격하자 자신감을 북돋아주기 위해 운동장에서 전교생을 모아놓고 김 군에게 직접 상을 주는 특별시상식을 열었다.
또 2006년에 한자시험 6급과 5급에 잇따라 합격했을 때 또다시 시상식을 열었고 졸업하기 전까지 거의 매일 김 군을 교장실로 불러 잘한 일을 한가지씩 찾아내 칭찬했다.
아울러 장애우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학년별로 각 학급을 돌아다니면서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칭찬이 계속되자 내성적이던 김 군도 서서히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김 군을 바라보는 급우들의 시각도 바뀌게 됐다.
일부 급우들은 일기장에 '승길이는 착한 친구', '승길이는 인기 짱'이라는 문구도 등장할 정도로 김 군은 급우들과 잘 어울리게 됐고 초교 동창들과 함께 나란히 와동중학교에 진학한 뒤 반장선거에까지 나가게 됐다.
와동초교의 한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은 3년 내내 '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라는 칭찬을 반복하셨고 이에 김군이 자신감을 많이 찾은 듯 보였다"고 전했다.
김군의 어머니 정소자(42)씨는 "등굣길에 친구들이 '승길아, 안녕'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며 "예전에는 아들이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늘 불안했는데 주위에 친구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고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담임인 김아람 선생님도 "반장 당선 직후 김군의 어머니가 찾아와 아들이 반장직을 맡기는 힘들 것 같다며 포기 의사를 밝히자 반 아이들이 '자신들이 더 도와주면 된다. 승길이도 잘 할 수 있다'고 만류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어머니 정씨는 "교장선생님이 어떻게 소식을 듣고 승길이의 반장 당선을 축하한다며 선물과 함께 '장하다 승길이. 네가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카드를 보내셨다"며 "지난 3년 동안 학교에서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 준 교장선생님께 어떻게 감사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