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한다는 사람이 윤기 바랜 까칠한 글을 쓰고 있을 때, 노래 한 자락 없이 술자리를 차고 앉아 술에 탐닉하고 있을 때, 문득 문득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를 떠올린다. 글과 밥이, 말과 빵이 공존하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자유라야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닐까.
문학에 대한 관념적인 생각의 옹졸한 골방에 갇힐 때 ‘조르바’는 대지로 탈출하기를 권유한다. 바다에 나가 파도에 몸을 싣고 자연의 리듬을 느껴 보라고 유혹한다. 교육의 자리에서도 그러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인간으로서 자아를 형성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로 학생을 길러 주어야 하는 자리에서 과연 얼마나 충실한가 하는 반성을 ‘그리스인 조르바’와 더불어 하게 된다.
삶의 본질이 이성인지, 의지인지, 아름다움인지, 사랑인지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자유가 삶의 본질조건(本質條件) 가운데 거대한 기둥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자기긍정으로 표현되는 존재감을 형성하게 하는 일일 터이다. 자기긍정의 윤리의식은 인간의 몸과 마음 양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야 한다. 진정한 자유를 모색하는 삶은 교육의 핵심적 가치가 아닐까. 그러한 가치를 형상화한 소설을 읽음으로써 스스로 자유를 추구하는 경험을 가지는 것은 자기교육으로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교육자로서 나 스스로를 향한 질문의 화두 가운데 ‘자유’를 기치로 세울 만하지 않은가, ‘그리스인 조르바’와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