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서적들이 워낙 어려운 책들이라 일반 독자가 동서 미학을 비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이 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다.
“중국의 내유가 허정에 의거한다면, 서구의 상상은 천재를 강조 한다. 허정은 예술가의 마음이 우주의 마음을 얻어 창조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천재는 개인의 주관적 능동성으로 창조한다. 천재의 특징은 법칙을 타파하는 것이다. 범속의 초월과 거의 같은 의미를 갖는 ‘타파’는 전적으로 인간의 능력과 개인의 천재성에 의존한다.” 등과 같이 깊지는 않지만 저자 장파(張法)는 동서 미학의 차이점을 확실히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푸른숲)을 읽으면 동양화와 서양화를 감상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동양 문학 작품과 서양 문학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동양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운생동(氣韻生動)인 반면 서양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과 형식이다. 동양화에서는 구체적 형상보다는 정신과 뜻을 표현하고 생동하는 기를 표현하는 것을 중시했기 때문에 난을 그리는 것을 ‘난을 친다’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친다’의 의미는 난을 그리는 사람이 마음속에 난을 ‘기르고 있다’라는 뜻으로 난의 구체적인 형상이 아닌 선비의 굳은 의지와 정신, 난의 생명력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반면 서양화 ‘최후의 만찬’에서는 예수를 한가운데 배치하고 모든 시선이 예수로 집중되도록 구도, 광선, 색체, 명암 등의 형식을 활용하며 예수와 제자들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중시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제작된 미술품들을 감상할 때 각각 감상하는 태도와 방법이 달라야 하듯이, 동양과 서양의 예술과 문화를 대할 때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거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