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가 염원하던 주민직선제가 도입되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와 이원희 교총회장은 11일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각종 논란을 명확히 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대담을 가졌다. 정치적 중립성은 지켜내야 하고, 교육감 자격요건은 강화해 명실상부한 교육자치제를 이루어 내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당공천, 러닝메이트제 안 돼…교육감경력 15년으로 늘려야 - 이원희
노동단체처럼 교원단체도 교육감 지지 후보 표명 허용 필요 - 송기창
사진> 이원희 회장과 송기창 교수(사진 오른쪽)는 2010년까지 교육감 직무대행체제로 하는 잔여임기를 ‘현행 1년 미만’에서 ‘1년6개월’로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 자격기준이 다른 부교육감이 1년 이상 교육감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교육감을 굳이 교육경력자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이원희=2010년 전국적으로 시행될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싼 논란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최근 한나라당 나경원의원이 교육감 선거의 낮은 투표율을 지적하며 ‘정당 공천제’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 일 부터 과거 2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자로 제한한 후보 자격을 ‘예비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 일 이후 당적을 보유한 자’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관련 일부개정 법률안’을 제출했습니다. 정당 공천의 필요성 주장 어떻게 보시는지요.
송기창=정당공천은 교육자치의 본질에 어긋납니다. 헌법 제31조제4항에 명시되어 있는 교육자치의 본질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교육감 후보를 정당이 공천할 경우, 당선된 교육감은 교육행정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려워집니다. 교육행정은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입니다. 따라서 교육행정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때,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과정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습니다. 교육행정이 교원의 교육활동과 교육과정 결정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국가공무원법, 공직선거법, 국가정보원법 등에서도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 경우 관계자의 정당가입을 제한하거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정당가입을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인 법제 경향이라는 것입니다. 2년 동안 비정당인이어야 한다는 데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습니다만, 헌법재판소는 2년이라는 기간이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절하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기간을 늘릴지언정 단축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원희=기초 자치단체장과 의원의 경우도 당적을 불허하자는 주장이 상당한 마당에 교육감과 교육위원에 당적 부여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고 봅니다. 지적하신대로 헌법상 교육의 중립성 보장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교육감과 교육위원에 당적이 부여될 경우 지역선거가 될 것이 우려됩니다. 호남은 무슨 당 충청은 무슨 당 일색이 될 것입니다. 절대 불가합니다. ‘정당 공천제’와 같이 대두된 것이 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하자는 주장인데요.
송기창=정당공천제와 러닝메이트제는 교육감 후보자 선정에 정당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제도입니다. 정당이 단체장을 공천하면서 그 단체장과 짝을 이루는 교육감은 비정당인으로 공천한다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어불성설입니다. 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당선된 교육감은 단체장에 종속되어 명시적 정당공천제보다 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원희=맞습니다. 서울시장 및 시도지사 선거에 뜻이 있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이 안을 제기하는 것 같은데, 제가 만나 본 한나라당 다수 의원들의 생각도 이와 달랐습니다. 이미 교육위원의 경우 당적을 불허한다 해도 일반자치에 통폐합됨으로써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특별법으로 선거를 한 번도 치르지 않은 이 시점에서 교육감을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 운운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부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송 교수님께서는 2014년 이후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 유권자를 학부모와 교육자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셨는데요. 교수님 의견에 공감합니다만, 일반자치와 동시에 치루는 선거에서 주민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자를 분리한다는 게 만만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2010년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를 치룬 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감, 교육위원 주민 직선제는 교총을 비롯한 교육계가 오랜 투쟁을 통해 쟁취해낸 것입니다. 교육이 경제정책 못지않게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긍정적 효과도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송기창=직선제, 간선제, 임명제 어느 것도 완벽한 제도는 아닙니다. 간선제나 임명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취지에서 직선제를 도입한 이상 다시 간선제나 임명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좁은 의미의 직선제, 즉 학부모와 교원만의 직접선거로 교육감을 뽑는 제도는 검토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교육에 대한 관련성과 전문성을 고려할 때 학부모와 교원은 교육감 선출에 반드시 참여해야 할 집단입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데로 현행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2010년에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좁은 의미의 직선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실시할 경우 투표율 저조에 따른 대표성 시비와 선거관리비용 시비는 사라질 것입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원희=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지 후보를 공표하고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데 교총은 현행 선거법상 지지 후보를 공표할 수 없어 소위 진보 후보는 단일화된 반면 보수 후보들은 난립되는 상황이 이뤄져 자칫 민의가 왜곡되는 결과가 나올 뻔 했습니다. 최소한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의 경우 노동단체처럼 교원단체도 지지 후보를 표명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이러한 요구는 교총이 앞장서 제기하는 것보다 교육행정 학자님들께서 제기해 주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송기창=교원단체는 추천권이 없는데, 양대 노총은 추천권을 가지는 것은 분명 모순입니다. 교원단체에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교육감 선거를 둘러싸고 교원단체들이 갈등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였겠지요. 그런데 노총이 개입하면서 결과적으로 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교원단체 간 갈등을 막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념대결을 통한 교육계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노총에게도 교육감 추천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현실을 반영해 교원단체에도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교원단체가 추천권을 가지게 되면 매체와 간접 홍보활동 등을 통해 지역주민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요.
이원희=교육감 자격 요건인 교직경력 5년을 없애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교육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무시하고 훼손하는 법과 제도는 곤란합니다. 교육계는 오히려 교육감 자격요건에서 교직경력은 15년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송기창=1991년 지방교육자치법이 제정될 당시 교육감의 교육경력 기준은 20년이었습니다. 1995년 7월에 15년으로 줄었다가 1997년 12월 5년으로 줄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경력 5년쯤 된 교원들에게 물어보면, 이제 막 교육이 무엇인지 알 것 같지만 자신이 없다고 말합니다. 5년으로 전문성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지요. 교육위원의 교육경력 기준도 10년입니다. 교육위원이 10년이라면 집행기관인 교육감은 15년쯤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경력 기준을 없앨 경우, 교육감을 따로 뽑아야 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교육자치제의 존립근거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교육경력 없는 부교육감 대행 안 돼
이원희=2010년까지 교육감 직무대행체제로 하는 잔여임기를 ‘현행 1년 미만’에서 ‘1년6개월’로 늘리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획일적 평준화를 강조하는 세력과 평준화 보완을 주장하는 세력이 격돌했습니다. 아슬아슬한 표차로 평준화 보완 주장이 승리하고 힘을 얻기는 했습니다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많은 논란이 상당부분 정리된 감이 있습니다. 선거비용을 우려해 선거를 가급적 치루지 말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송기창=시·도지사의 자격기준과 부지사의 자격기준은 다르지 않기 때문에 부지사에 의한 지사의 권한대행은 단기간일 경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교육감과 부교육감의 관계는 다릅니다. 부교육감은 교육경력이 없는 일반직공무원도 가능하며, 교육감이 추천한 자를 교과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도록 되어 있습니다. 자격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부교육감이 장기간 권한을 대행하는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부교육감이 1년 이상 교육감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교육감을 굳이 교육경력자로 한정할 이유도 없어지지요.
교육감 선거법 만들어야 이원희=마지막으로 교육감 선거를 포함, 교육자치제 발전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송기창=완벽한 교육감 선출제도는 없습니다. 교육계가 염원하던 주민직선제가 도입된 만큼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교육감을 주민직선으로 뽑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언론은 물론 국민들의 교육감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학습효과가 높아져 기호만보고 뽑는 처음과 같은 사태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투표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죠. 교육자치제의 발전은 교원이나 교육행정가, 교육행정학자의 노력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 모두가 교육자치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을 때 교육자치제는 발전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교육도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교육이나 교육재정에 관한 권한을 탐낸 나머지 교육자치제를 흔드는 일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교육감 선거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통해 정략적 접근을 하는 세력들이 부담을 갖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이원희=교육감 선거법이 공직 선거법에 유임되어 있는 등 어정쩡한 규정 탓에 언론 지상토론이나 TV대담 등을 통한 인물검증을 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선거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남은 경기나 인천 교육감 선거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총은 교육감 선거법 마련 등 교육자치 수호를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 송기창은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나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정책평가위원, 숙명여대 기획처장을 거쳐 현재 한국교육신문 논설위원과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