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평준화 이후 30년 넘게 유지된 서울시내 고교의 학교군 체제가 크게 바뀐다.
이는 최근 국제중 설립 추진에 이어 2010학년도부터 고교선택권을 확대 시행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서울지역의 학력신장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현 서울시내 11개 학교군을 단일학교군, 일반학교군, 통합학교군으로 구분해 31개 학교군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학교군 설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2일 밝혔다.
지금은 서울의 11개 지역교육청 단위로 11개 일반학교군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번 고시로 일반학교군 11곳에 서울 전 지역을 단위로 하는 1개 단일학교군과 인접한 2개의 일반학교군을 묶은 19개 통합학교군이 새로 생긴다.
예를 들어 강남학교군의 경우 인근의 강동, 동작, 성동, 중부학교군과 통합해 기존의 강남학교군 외에 '강남ㆍ강동학교군', '강남ㆍ동작학교군' 등의 통합학교군을 새로 형성하게 된다.
이번 조치로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중단된 강남-강북간 학생 이동배정도 재개된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전에는 학교군별 학생 수급에 따라 강남의 학생이 한강을 건너 성동의 학교에 배정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후 학생들이 한강을 건너 학교를 다니지 않도록 배정이 이뤄져왔다.
시교육청이 30여년간 유지해온 10개 안팎의 학교군을 31개로 대폭 확대하는 것은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에 가는 2010학년도부터 서울시내 후기 일반계고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학교선택권이 시행되면 지금처럼 거주지 인근 고교에 강제로 추첨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 전역의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등 학생 배정 방법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학교군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이번 학교군 재설정은 동국대 박부권 교수팀이 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발표한 학교선택권 계획안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서울시내 고교 학교군은 1974년 고교 평준화 시행 당시 공동학교군 1개, 일반학교군 5개 등 6개 학교군으로 시작해 1980년대 이른바 '강남 8학군' 시절을 거쳐 1998년부터 11개 학교군 체제를 유지해왔다.
30년이 넘은 고교 평준화 체제에서 학교군이 크게 바뀌는 것은 처음이어서 일각에서는 '평준화 체제 붕괴'라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이번 고시는 18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서울시 교육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고시는 내년 9월1일부터 시행해 2010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시교육청은 학교군 개편이 완료되는대로 다음달 중 1~3단계 단계별 학생 배정비율을 비롯해 2010학년도 신입생 최종 전형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