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길 임이 오시는가 / 갈 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췰까 / 흐르는 물소리 임의 노래인가
1970년대 초, 동양의 색채와 민족적 정서가 담겨있는 그림 같은 서정시 '임이 오시는지'는 예술가곡으로 만들어져 방송으로, 음반으로 성악가의 노래를 통해 이 곡의 제목처럼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당시에는 국민개창운동과 함께 전국적으로 합창단들이 많이 조직되어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선명회합창단, 리틀엔젤스합창단 등의 어린이 합창단들이 전 세계를 돌며 국위를 선양했다. '임이 오시는지'는 작곡자가 가곡을 합창곡으로 편곡, 발표하면서부터는 크고 작은 합창대회가 열릴 때마다 누구나 자주 들을 수 있는 곡이 되기도 했다. 결국 80년대 중반에는 음악교과서를 개편하면서 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실려 오늘에 이르게 됐다.
작곡자 김규환이 이 곡을 작곡하게 된 때는 정확하게 1966년 5월 13일이다. 작곡자 본인은 당시 KBS합창단 상임 지휘자로 재직할 때였고 KBS 방송사 건물은 남산에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사무실 휴지통에서 구겨진 악보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작곡가의 눈에는 때와 장소를 가릴 것 없이 오선지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하마터면 영영 사라져 버렸을 한 가곡이 되살아날 기회를 얻는 순간이었다. '왜 버렸을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구겨진 악보를 펴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란다. 작곡자의 이름을 보니 자신이 존경해오던 선배 작곡가였고, 단지 작곡을 의뢰했던 담당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곡이 휴지통에 버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사는 아까운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시였기에 한번 더 놀라게 되었다.
박문호 시인이라는 작사자 이름을 처음 들어본 김규환은 자신이 이 시에 곡을 붙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지체 없이 곡을 작곡했다. 그리고 그는 서둘러 작사자 박문호 시인을 수소문하여 찾기 시작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곡이 만들어진지 19년 후, 1985년에야 박문호의 차남인 박영식을 만나게 됐다. 이미 작사자 박문호는 1981년에 작고한 뒤였으니 안타까운 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박문호는 자신의 시로 된 노래를 방송으로 듣게 되었고 작곡가 김규환이 누구인지 무척 궁금해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호부터 김준수 여의도고 교사가 교과서에 수록된 음악의 창작 일화, 음악가의 숨은 이야기 등을 소개하는 '음악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김 교사는 한국음악교육학회 부회장, 서울시 중등음악교육연구회 부회장, 국정교과서 집필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제 4차 교육과정부터 중·고교 음악 교과서를 집필했고 현행 중학교 교과서(동진음악출판사)의 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