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나 졸업식 때에 널리 불리는 이 노래는 스코틀랜드의 민요로 알려져 있다. 민요는 그 나라 민중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소박한 노래로써 대체로 오래된 노래일수록 작사자나 작곡자는 알려져 있지 않고 구전되어 온 노래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기보법이 일반화된 이후에 만들어진 노래로 작사자와 작곡자가 알려져 있다.
이 민요의 가락을 작곡한 사람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영국사람 윌리엄 쉬일드(1748-1829)라는 설이 정설로 돼있다.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잉글랜드의 더햄(Durham)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전공하면서 작곡 공부도 해 두 방면에 뛰어난 음악가가 됐다. 그가 1783년 오페라 로지나(Rosina)를 작곡했는데 이 때 스코틀랜드에서 전해지던 한 민요가락을 정리해서 서곡의 주제가락에 사용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5년 후, 1788년 이 서곡의 주제가락에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즈(1759-1796)의 시 ‘올드 랭 사인’이 붙여짐으로써 스코틀랜드는 물론 영국 전역에 걸쳐 유명한 민요로 불리게 되면서 그는 일약 스코틀랜드의 민족 시인으로 추앙을 받게 된다. 이 노래는 특히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민속악기인 백파이프의 선율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나가게 됐다.
작사자 번즈는 스코틀랜드 남서부에 있는 농촌 엘리스랜드 농장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글을 몰랐어도 많은 옛날 노래를 어린 번즈에게 들려주었다. 그 후 번즈는 각지의 농장을 돌아다니며 스코틀랜드의 고시(古詩)와 고요(古謠)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올드 랭 사인’ 역시 번즈가 채집해 자신의 시적영감으로 다시 탄생시킨 고시 가운데 하나다. 번즈는 작곡자 쉬일드가 앞서 정리한 민요가락에 이 전형적인 스코틀랜드 남부 사투리로 된 5연의 시 ‘올드 랭 사인’을 가사로 붙여 노래로 발표하였다.
지금 우리가 부르고 있는 번역된 가사는 이별의 슬픔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본래 가사의 내용은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어릴 때 함께 자란 친구를 잊어서는 안 되지. 어린 시절에는 함께 데이지를 꺾고 시냇물에서 놀았었지. 그 후 오랜 동안 헤어져 있다 다시 만났네. 자아, 한 잔 하세’ 라고 말이다.
이 곡의 선율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때는 기독교가 전래되면서 서양찬송가가 번역돼 전해질 때로 추정된다. 그 찬송가 안에 가사는 다르지만 가락이 똑같은 찬송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1900년에는 대한제국의 임시정부가 제정한 애국가의 가사를 이 곡에 얹어 부르게 되면서 당시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더욱 친숙한 노래가 되기도 했다.
해방 이후에는 안익태가 애국가를 작곡하면서 이 곡의 제목과 가사는 본래의 것을 되찾게 됐다. 아동문학가 강소천이 '석별의 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당시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서 널리 부르게 되었다. 1940년에 제작된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 주연의 ‘애수’라는 영화에 이 노래가 연주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이후 재개봉됨으로써 많은 젊은이들을 감동시켰고 연말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부르는 대중적인 노래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