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때를 놓쳤지만 뒤늦게 학업의 열정을 불태운 주부들이 중.고교 졸업장을 받는 감격에 흠뻑 취했다.
2년제 학력인정 교육기관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졸업식을 갖고 늦깎이 학생 640명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가족과 친지 등 700여명이 식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40~80대 졸업생의 얼굴에는 그동안 배우지 못해 가슴에 쌓였던 한을 훌훌 털어버린 듯 웃음꽃이 만발했다.
졸업생 대표 허정수(57) 씨는 고별사에서 "학교생활을 통해 숨겨진 능력과 자신감을 발견했고 삶을 향한 새로운 열정을 갖게 됐다. 배움에 목마른 우리에게 학문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때늦은 나이에 학업을 다시 시작한 만큼 사연을 가진 졸업생들이 많았다.
중학교 졸업생 신순자(65) 씨는 지난해 유방암이 재발했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병원이 아니라 학교라며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학업을 계속했다.
신 씨는 "치료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학교에 나오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대학에 진학해 한문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고령 졸업생으로 인덕대 일본어과에 진학한 조성희(80) 씨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의지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다"며 "대학을 나와 일본어 번역 일을 하겠다"는 장래 포부까지 밝혔다.
사돈이자 동창생인 이희숙·김명순 씨, 아들과 남편의 잇따른 사망 등 고통의 세월을 공부로 이겨낸 구금자 씨 등도 이날 졸업장을 받고 기뻐했다.
이선재 교장은 "나이 들어서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도 훌륭하지만 지난 2년간의 성과가 놀랍다. 계속 학업에 정진해 각자 정한 목표를 달성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학교 관계자는 "고교 졸업생 282명이 모두 대학에 합격해 오늘 졸업식이 더 빛난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