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올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한 신입생 선발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가 '공교육 살리기' 차원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대학들이 신입생 정원의 20% 가량을 입학사정관제로 뽑겠다고 밝혀 당초 기대대로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는 이날 2010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 정원 3천772명의 23.5%에 해당하는 886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180명)의 5배에 가까운 숫자로 고려대는 이를 위해 입학사정관을 현재 5명에서 30명 수준으로 대폭 증원할 방침이다.
한국외대도 올해 입시에서 수시 2학기 모집 모든 특별전형(5개 전형) 425명 전원과 정시 모집 정원외 특별전형 253명 등 678명을 입학사정관제 심사를 통해 선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전체 입학정원 3천651명의 18.6%로 전년도(76명)에 비해 9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한양대는 입학정원 5천201명의 19.8%인 1천31명을, 동국대는 올해 모집인원 2천993명 중 509명(17%)을, 성균관대는 수시 1차전형 중 7개 특별전형 신입생 전원(626명)을 각각 입학사정관 심사를 통해 선발할 계획이다.
전년도 20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했던 숙명여대의 경우 올해 S리더십자기추천자 전형 276명, 지역핵심인재 전형 230명 등 전년도의 25배가 넘는 506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는다.
건국대도 올해 입시에서 350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데 이어 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정원(3천350명)의 30%에 달하는 1천5명을 입학사정관 심사로 뽑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포스텍은 올해 입시에서 신입생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 심사를 통해 뽑기로 했다. 카이스트는 전체 신입생 정원의 15∼20%인 150명을 일반고 학생들로만 무시험 전형으로 선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원 외 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하는 서울대는 올해 입시에서 전년도 118명보다 22명 늘어난 140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키로 했다.
또 중앙대는 2011학년도 입시까지 모집 정원의 10%를, 2013학년도 입시까지 정원의 25%를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등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전년도에 비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25배가 넘는 인원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기존의 일률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준으로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고려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고교 교육과 대학 교육 간의 연계성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입학사정관제 확대 방침을 내놓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마다) 어떤 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은 없이 급작스럽게 선발 인원만 대규모로 확대하고 있다"며 "입학사정관제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대학마다 선발 인원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대학별로 그 많은 학생들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