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가 사전 유출된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11일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EBS의 외주제작사 PD 윤모(44)씨와 서울 대치동 K학원 원장 김모(35)씨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해당 방송국 제작팀 사무실과 이 학원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와 관련 자료를 확보, 분석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시험 전날인 3월10일 서울시교육청이 EBS로 보내온 문제 전부를 입수한 뒤 이를 조카인 김씨에게 유출하고 김씨가 문항 일부를 학원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해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문제는 2, 3학년 언어영역으로, 언어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하나당 3∼4개 문항이 달린 지문 3개를 그대로 인용해 핵심 문제를 만든 뒤 사이트에 올리고 수강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를 보도록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국의 고등학교 1∼3학년생 183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연합학력평가는 학력을 진단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수능시험과 같은 형태로 치러지며 고 3의 경우 매년 6차례, 1∼2학년은 4차례 시행된다.
EBS는 시험 때마다 전날 시교육청으로부터 문제지를 넘겨받아 문제 해설 인터넷 강좌를 사전 제작하고 있어 방송사의 문제 관리 소홀이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어떻게 문제를 입수했는지, 다른 학원에도 문제가 보내졌는지,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 등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EBS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PD는 외주 제작사 소속으로, 문제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직후 현업에서 배제하고 계약해지했다"며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책임을 통감하고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 방송 제작 과정 전반을 철저하게 재점검하고 직원 복무규율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