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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원 일정비율 학생부 선발토록 ‘자율’권 줘야

좌담> 자율고 성공의 열쇠는 ‘자율’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율고)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학생 선발의 자유가 없는 자율고는 자율고가 아니라는 지적도 지배적이다. 어느 지역보다 많은 13개의 자율고를 배출한 서울 자율고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첫발을 내딛은 자율고가 성공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좌담에는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을 좌장으로 오대수 서울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장, 오세목 서울 중동고 교감, 홍익표 서울 경희고 교장이 참여했다.

학생 선발 시 특목고 포함 자율고에 복수지원 허용을
등록금 낸 만큼 학교에 기대 커, 법인 재정 지원 필수

자율고간 우수 학생 유치경쟁 바람직, 공교육 질 높여
건학이념 구현하는 진정한 명문고로의 도약 계기되길


이원희=이명박 정부의 ‘고교자율화 300 프로젝트’의 핵심이 자율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먼저 오늘 참석해 주신 두 분의 학교가 자율고로 선정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자율고의 가장 큰 특징은 연간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특정 과목 수업을 증감할 수 있는 등 교과 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주어진다는 것일 텐데요. 경희고와 중동고의 경우는 어떤 특화된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홍익표
=경희고는 첫째로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도록 미래형 지도자 육성에 초점을 둘 것입니다. 둘째로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실질적 교육 수요가 학교를 통해 충분히 충족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런 목표를 위해 수학과 과학 교과목을 특성화해 수학, 과학 수업의 양과 질을 심화학습 수준으로 높일 것입니다. 주요 교과목에 대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세분화하고 학기별 집중이수제, 교과교실제를 확대할 것입니다. 본교 재단의 경희대 및 경희대 국제교육원과 연계해 수준 높은 외국어 교육과 주요 교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학의 강사 풀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교과 학습 외에도 밝은사회운동을 통한 인성교육과 태권도 수업을 포함해 강인한 체력과 바른 인성을 갖춘 학생을 길러낼 것입니다. 나아가 명문 사립학교의 위상을 지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오세목=저희 학교는 자율고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일반계 고교로서 국가 교육이념과 사립학교로서 건학이념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반 교과의 교육과정은 현행과 큰 차이가 없도록 해 국가 교육이념을 구현하도록 했으며, ‘창조적 글로벌 리더 육성’이라는 저희 학교의 건학 이념 구현을 위해 특성화 교과와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했습니다. ‘글로벌 리더십’, ‘창의성 연구’, ‘나눔과 봉사’, ‘국제 사회의 이해’ 등의 특성화 교과는 현행 재량활동 시간을 확대 편성해 주당 4시간씩 2개 과목을 무학년 학생선택제로, ‘글로벌 리더 인증제’, ‘리더십 캠프’등 특성화 프로그램은 특별활동을 통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원희=교과부는 당초 2011년까지 총 100곳, 올해 30곳의 자율고 지정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자율고 전환 신청서를 낸 학교가 전국 39개교에 불과하고, 그나마 25개 학교가 지원한 서울도 13곳만 선정되었습니다. 선발 자율권 확대, 지정 기준 완화 등 사학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반쪽 자율고’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보완되거나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으시면 의견 부탁드립니다.



오세목
=많은 사학들이 자율고를 원하지만 정부 보조금 중단, 학생 선발권 제약, 혹시 지원 학생이 정원에 미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학들도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정부에서도 보완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 선발 시 특목고를 포함한 자율고에 복수지원을 허용한다든지, 정원의 일정비율을 추첨 아닌 학생부에 의해 선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홍익표=법인전입금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율고로 지정받기를 원하는 것은 우수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많은 사립학교가 지정 신청을 하지 않거나 철회한 것은 바로 법인 전입금 기준과 학생 선발 자율권의 제한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초의 계획대로 자율고 지정을 위해서는 이러한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인 전입금 기준은 차치하고라도 학생 선발 자율권은 일부라도 학교에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오대수=선발에 대한 자율권 확대는 사교육비와 맞물려 있고, 지정기준 완화 등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교육청은 자율고가 처음 도입되면서 제도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또 교과부와 협의할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협의․보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원희=지적하신대로 재정 문제는 빠뜨려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자율고로 지정되면 학교당 연간 30억 원 정도의 정부 보조금이 끊깁니다. 학생 등록금과 재단전입금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정능력이 학교 내실화에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자율고의 등록금은 일반고(146만원)의 2.5∼3배 수준으로 정해져 ‘귀족학교’ 논란도 있습니다만 재정 능력이 없는 학교가 자율고로 선정되면 오히려 교사나 학생에게 피해가 가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만.

오대수=서울시교육청이 자율고를 지정하면서 세 가지 기준(재정 여건, 교육과정 운영, 지역별 안배)을 가지고 선정했습니다. 우선 제일 중요시한 것이 학교의 재정여건입니다. 왜냐하면 수업료의 5%를 법인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지정된 13개교는 그동안 법인이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 뿐만 아니라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많은 부분에 투자한 학교로서 재정적으로는 건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정 학교에서 많이 걱정하고 계시는 체육 특기자에 대한 지원은 국가차원 지원이 가능하도록 보완책을 마련중입니다.

홍익표=동의합니다. 학교의 재정능력이 없으면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칫 학생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의 보조금이 없는 특수 상황에서 그 피해는 학생, 교사, 학교 모두에게로 이어질 것입니다. 정부의 보조금이 끊기고, 외적인 교육 환경의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자율고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법인의 관심과 지원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만큼 사학 재단은 재정적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단에 그만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학교 운영의 자율권과 학생 선발권을 제공하는 유인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세목=일반고의 재정 운영을 살펴보면 학생납입금보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보조금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항간에서 걱정하는 데로 자율고의 학생납입금이 일반 학교의 2.5~3배가 되어도 정부에서 지원받던 보조금을 충당하는 정도라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교나 재단의 입장에서는 자율고로 선정돼 학생납입금이 증가해도 재정 형편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그렇다고 납입금을 과도하게 올려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자율고에 입학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일반고의 2.5배 이상의 납입금을 낸 만큼 학교에 기대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저희 중동고의 경우는 그동안 매년 25억 이상을 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아 왔으며 앞으로도 학교 운영비 외에도 장학금, 사회배려학생의 생활지원비 등을 계속 지원받을 예정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교육환경과 교육 내용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이원희=자율고 전환 신청이 저조한 가장 큰 원인은 지적하신대로 ‘내신 성적이 상위 50%에 드는 학생이 지원할 수 있으며, 이중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한 데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로또식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는 방식으론 명실상부한 ‘자율고’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인데요. 사교육과 맞물린 학생 선발권.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만, 어떤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오대수
=자율고는 전기 선발 하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입니다.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교육비로 인해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된다면 사회적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내신을 반영한 추첨 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작년에 개교한 국제중의 경우도 신입생 선발에 추첨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만, 큰 부작용이 없이 학생을 뽑았습니다. 자율고도 마찬가집니다. 정부와 우리교육청이 많은 검토과정과 고민을 한 가운데 결정한 것이므로 1년 동안 시행해 본 후 보완점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홍익표=아예 사교육을 배제하려하기 보다는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금년도부터 외고의 경우 내신 성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내신의 실질 반영률이 떨어지게 되면 교육의 지역 편중이 심화될 것이고, 또한 입시 제도에 따른 사교육에 전적으로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반해 중학교 내신을 강화하거나 전적으로 내신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면 공교육의 위상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사교육 비중을 줄이면 종국에는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추첨 방식은 예측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성적과 무관하게 당락을 예측할 수 없다면 지원 자체를 꺼릴 수도 있습니다. 추첨에서 떨어지면 다른 전기 모집의 특목고에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세목=전입금을 내는 사학의 입장에서는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자율적 학생 선발권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등 교육의 전체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율고가 학생 선발권만 강조하면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고, 자율고가 아닌 일반고와의 형평성 문제 또한 야기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서 언급했듯이 추첨이라는 틀 안에서 학생의 복수지원 허용, 정원의 일정 비율을 학생부에 의해 선발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원희=
서울의 경우 ‘고교선택제’로 인해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고교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율고 지정에서 배제된 지역 학생의 경우, 타 지역으로 입학신청을 하는 등 자율고간에도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변화를 예상하고 계시는지요.

홍익표=저는 자율고간에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경쟁과정에서 학생들에게는 질 높은 교육서비스가 제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 학교는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바로 학생에게 혜택으로 제공될 것입니다.

오세목=이제는 교육청에서 배정받던 시대에서 학생을 유치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만큼,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는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해지겠지요. 물론 이러한 경쟁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희 중동고는 교원 전문성 신장을 위해 교원 평가제도와 우수 교원에 대한 보상제도, 연수지원제도 등을 꾸준히 실시해 오고 있으며, 교실을 리모델링하는 등 교육환경을 개선한 바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모든 학교에서 일어나기 바랍니다.

오대수=말씀하신대로 2010학년도부터 서울의 고교입시제도는 크게 바뀝니다. 우선 자율고 13개교가 지정되었고, 고교선택제가 처음 시행됩니다. 은평 지역에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가 개교하며, 마이스터고 2개교가 첫 신입생을 뽑게 됩니다. 여기에 기존 국제고, 과학고, 외국어고, 개방형자율고 등 작년에 비해 좀 더 다양한 전형요소를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게 됩니다. 새로운 고교입시제도가 도입됨으로써 평준화를 보완하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학생 및 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나갈 것입니다.

이원희=입시명문이 아닌 건학이념을 다양하게 구현하는 진정한 명문고로의 도약의 계기를 자율고가 마련하고 있다고 봅니다. 첫 출발 선정 잡음 없이 깔끔하게 처리해 주신 교육청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각오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오세목=그동안 우리나라는 공사립 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자율고를 통해 사학을 사학답게 운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변화를 중동고가 선도할 수 있게 돼 전 교직원 모두 가슴이 벅차면서도, 한편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동고에서는 ‘중등교육의 시범장’이라는 기치아래 많은 개혁적인 제도를 시행했듯이, 자율고가 되어서도 진정한 사학의 모델을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홍익표=각 학교가 추구하고 건학이념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본래 취지처럼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율고로 지정된 모든 학교가 같은 마음이겠지만 성공적인 자율고가 되기 위해 본교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노력을 모아 많은 준비를 해 왔습니다. 또한 정부의 소중한 이 교육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청은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대수=고교평준화제도 중 가장 지적을 받았던 것이 사학의 자율성과 특수성이 고려가 안 됐다는 부분입니다. 이번 자율고 뿐만 아니라 학교선택제 등을 통해 제한적이지만 학사운영에 자율성이 보장되고, 사학 측에서는 건학이념에 맞게 특성 있는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자율고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정된 사립학교에서도 남은 7개월 정도 잘 준비해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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