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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북카페>공부 못하는 학생은 없다. 단지 다를 뿐…

핀란드 교실혁명
후쿠타 세이지|비아북

“공부해서 남 주냐? 다 너 잘되라고 공부하라는 거지.”

공부 안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던지는 잔소리로 빠지지 않는 말일게다. 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당연히 공부를 하는 학생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게 정답이 돼야 할 테지만, 이것은 이상일 뿐인 게 현실이다. 공부 자체가 즐거워서,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을 기대하는 자체가 지나친 욕심이란 생각도 없지 않다.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누군가의 말과 달리 공부는 원래 놀이라는 즐거움을 희생해야 하는 고된 일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 학력을 자랑하는 핀란드가 바로 그곳. 이미 핀란드 교육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했기에 낯설지만은 않다. 핀란드와 우리 교육을 비교할 수는 없다는 의견들도 많다. 그러나 이 책 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핀란드의 인식이라는 점을 들고 싶다.

일본의 핀란드 교육 전문가인 저자 후쿠타 세이지는 “핀란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한다. 공부는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배움을 강요하지 않는다. 교사는 배움을 격려하고 학생 개개인의 진도에 맞춰 언제든 도와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수업시간에 뜨개질을 하는 학생, 애정행각을 벌이는 학생 등 저자가 핀란드의 학교 교실에서 발견한 장면들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사들은 그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보호받고 공부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할 수 있도록 기다린다.
물론 우리도 교육의 주체는 학생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핀란드는 학생이라는 집단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학습에 초점을 둔다. 학습 속도는 개인에 따라, 같은 개인이라도 시기에 따라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존중하고 있다. 그래서 16세까지는 시험을 치러 개개인을 비교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핀란드의 교육은 철저히 학교 현장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정해진 교육제도 틀 속에서는 다양한 학생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육청은 조건을 철저히 정비하고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 내용을 조정하고 그 질을 유지하며 지방자치단체와 학교는 교육과정을 결정하고 교사 각자가 교육방법을 선택한다”고 정리했다.

핀란드에도 2년마다 교사 평가가 있다. 그러나 핀란드의 교사평가는 학생들이 모두 다르듯 교사의 일도 달라지는 만큼 교사능력에 비교 기준이 없고 단지 학교의 개선책을 찾는 과정의 일환일 뿐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기초학교 9년제인 핀란드에서는 학습속도가 느린 학생을 위해 10학년 과정을 두거나 학습속도가 다른 학생들을 융통성 있게 교육하기 위해 두 학년을 한 곳에서 가르치는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같은 수업 시간인데도 학생들마다 공부를 하는 부분이 다른 것에 대해 저자는 놀란다. ‘프리초등학교’에서는 같은 3학년 수학수업에서 단원 1의 응용문제를 푸는 학생, 발전문제를 푸는 학생, 단원 2를 푸는 학생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학교의 진도에 맞춰 무조건 ‘따라와’가 아니라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학교가 맞춰가는 것이다.

물론 학급당 정원을 초등은 25명, 중등은 18명을 상한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현실의 여건이 뒷받침됐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려는 건 이 같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교육자들의 사명감이다.

저자는 경쟁을 통해 학력을 향상시키려는 일본의 교육현실과 핀란드를 비교한다. 여기에 박재원 (주)비상교육공부연구소장의 해설이 곁들여져 한국의 교육현실과 생생한 대비를 해놓고 있다. 박 소장은 “자기주도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공부할 때만 자기주도성 운운하는 상황”이라며 경쟁의 압박 속에서 억지로 공부하는 우리의 현실을 꼬집는다.

또 “핀란드 사람들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다를 뿐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학생의 차이를 배려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핀란드 교실의 모습이 우리에게도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하고 있다. 핀란드의 ‘교육’이 아닌 ‘교실’ 혁명이라고 강조한 저자의 뜻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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