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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교육위기 극복의 길


주삼환
충남대 교수·교육행정학

20여 년 전, 내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하려할 때, 동료 교포들이 중학 2학년, 초등 1학년 짜리 우리 아이들을 맡아서 교육시켜 줄
테니 제발 떼 놓고 가라고 했다. 교육환경이 여기가 훨씬 낫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이산가족이 되기도 싫고 또 교육학 박사의 자존심도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런데 귀국 후부터 초등생 녀석이 아침마다
학교에 안 가겠다고 몸부림치며 우는 것이었다.
남의 나라 미국에서는 그렇게 학교 가기를 좋아했는데 자기 나라에 와서는 학교가 싫다니 부모인 나의 가슴은 미어지는 듯했다. 결국 암기과목에서
실패해 일류대학을 못 들어가고 그 후 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 가지고 왔으나 지금도 계속 설움을 받고 있다.
자기 나라 의무교육을 포기하고, 때로는 국민이기를 기권한 채 교육이민을 떠난다고 하는데도, 그리고 교육이 붕괴되고 나라가 무너진다고 하는데도,
우리 지도자들은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낄 만도 하다. 그리고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교육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이 무너지면 우리는 영원히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교육은 국가를 지키는 마지막 요새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힘쓴다는 나라가 왜 이 모양이
됐는가. 교육과 교원을 우습게 본 결과다. 산업시대에 벌어들인 돈을 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싸구려 교육을 계속 했기 때문이다. 산업화로 경제는
그런 대로 중진국 수준이지만 교육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며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기대는 어느 나라보다 높다.
정치 지도자들은 교육에 대한 방향감도 없이 몇 개월마다 교육부 장관을 갈아치우고 즉흥적으로 교육법과 제도를 바꿔치기나 하고 있다. 교육관료들은
교육부에서 세 불리기나 하고 교원과 교육현장에 이반된 정책이나 내놓고 고령교사 1명 내쫓으면 청년교사 2.59명을 쓸 수 있다고 서슴없이 거짓을
하고 있으니 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개혁을 한답시고 교육공로자를 무능·체벌·촌지교사로 몰아붙이고 감당도 못할 정년단축으로 교육 공백을 초래하고 말았다. 여기에 덩달아
학부모·학생까지 돌을 던졌다. 정부는 교직 사회를 계속 갈등구조로 몰고 갔다. 스승은 무슨 스승이냐며 노동이나 해서 성과급이나 타먹으라고 했다.

교육문제를 교육본질과 교육논리로 풀지 않고 엉뚱한 정치·경제논리로 몰아붙인 결과, 교사들은 교육력을 잃고 구경꾼으로 내몰렸다. 장관, 관료,
여권인사 몇 명이 교육을 주무르고 똑똑한 학부모 단체 대표들이 여론조사나 해서 교육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고도 교육이 잘 되기를
바라는가?
이제라도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싸구려 교육이 아니라 질 높은 교육을 해야 한다. 평준화에 만족하지 말고 우수성과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 능률과 효율성 타령만 하지 말고
다양성과 독창성, 선택의 자유, 개별화를 지향해야 한다. 이게 모두 돈 들어가는 일이다.
기초교육에 철저하고 인간성 기르기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기초가 있어야 창의성도 나오고 지식정보도 창출·활용할 줄 알게 된다.
그리고 교원의 명예를 회복해 주고 자존심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 교원은 자존심과 명예를 먹고 산다. 물질적 대우와 함께 심리적·정신적 대우를 해
줘야 한다. 교원이 이뻐서라기보다 우리의 자녀와 국가의 교육력을 살리기 위해서다.
우수한 사람들이 교직에 몰려야 21세기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교사가 부족해 땜질식으로 이뤄지는 교원수급으로는 어림도 없다.
교육은 망가지고 추락하기는 쉬워도 일으켜 세우기는 쉽지 않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순간에 무너졌듯이, 우리 교육도 최근 한 두 정권 사이에
갑자기 겉잡을 수없이 무너져 버렸다. 반세기, 일세기에 걸쳐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지도자, 관료들의 신뢰 회복이다. 정부의 신뢰 회복이 교육신뢰 회복의 길이고 또 교육재건의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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