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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육계 흔든 매관매직…장학사가 뭐길래

교직 '엘리트 코스'…"제왕적 교장체계 때문' 지적도

서울 강북의 모 초등학교 교사인 A(45)씨는 요새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근처의 고시원으로 향한다.

저녁은 부인이 매일 집에서 공수해 주는 도시락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주말에 있을 동료 교사들과의 스터디 준비를 위해 자정 넘어까지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장학사 시험에 벌써 2년째 낙방한 A씨는 오는 4월 실시되는 세번째 시험에서만큼은 합격의 기쁨을 누리겠다며 휴일도 없이 공부에 몰두 중이다.

최근 서울 시내 현직 고교 교장 등이 '장학사 매관매직(賣官賣職)' 혐의로 잇따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교육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장학사가 되려는 일부 교사들의 도를 넘은 열망과 이를 이용한 고위급 전문 교원의 탐욕이 빚은 합작품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도대체 장학사가 어떤 자리여서 이처럼 치열한 경쟁은 물론 비리마저 초래하는 것일까.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장학사는 교사 출신으로 교육현장 지도와 조언을 담당하는 교육 행정 전문직이다.

예전처럼 장학사가 일선 학교를 방문한다고 학생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청소를 하는 등의 일은 없더라도 여전히 교직 세계의 '엘리트 코스'로 꼽히고 있다.

장학사가 되면 무엇보다도 승진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일반 교사는 근무 경력이 20년 이상 돼야 교감으로 승진할 수 있지만 장학사는 초등은 19년, 중등은 17년이면 가능하다.

또 일반 교사는 교감 승진을 위해 고난도의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장학사는 별도의 시험 없이 교감 자격 연수만 거치면 된다.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교장이 되기도 쉽다.

2007년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 교장 9026명 중 27.3%인 20271명이 장학사와 그 위의 장학관 등 교육전문직 출신이다.

전체 교원 가운데 전문직 비율이 1% 정도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 때문인지 서울시교육청의 장학사 시험은 매년 7대 1 정도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다.

이렇다 보니 장학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고 그 과정에서 비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인사 담당 장학관 입장에서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나. 실력이 비슷하다면 일반 교사보다 교육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장학사를 더 우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교육 전문직 인사 비리의 실체가 처음으로 하나 둘 드러남에 따라 이번 기회에 털 것은 확실히 털고 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한모 교사는 "과열 경쟁의 정점에는 결국 학교 행정과 재정 전반에 걸쳐 전권을 휘두르는 '제왕적 교장' 자리가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은 언제라도 또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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