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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생 절반 “‘빵셔틀’ 학교폭력인지 몰랐다”

청예단, ‘2009년 학교폭력실태’ 발표
가해자 56% "장난·이유없이 폭행"
초등생·여학생 폭력 갈수록 심각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속칭 ‘빵셔틀’ 등의 괴롭힘에 대해 학교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중병”이라고 지적한 졸업식 뒤풀이 추태를 비롯해 힘센 학생이 심부름을 강요하는 ‘빵셔틀’, 집단성폭행 등에 대한 사회적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작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불감증에 빠져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이 지난해 11~12월 전국 64개교 4073명(초5~고2)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빵셔틀'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5.1%, ‘괴롭힘’에 대해 42%가 학교폭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이버폭력’은 41.7%, ‘성폭력’은 27.2%, ‘왕따’는 16.9%의 학생이 학교폭력인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동들이 학교 내에서 이미 일상화된 나머지 학생들이 학교폭력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다보니 이유 없이 폭력을 가하거나 폭력을 장난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학교폭력을 가한 이유에 대해 가해학생의 55.5%가 ‘장난이나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학생들의 폭력불감증으로 인해 학교폭력은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옷 벗기기나 집단폭행 등을 관례로 이어온 졸업식 뒤풀이, 돈 많고 힘없는 친구들의 집을 돌며 절도와 폭행을 일삼은 사건,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후배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집단폭행사건, 성매매 강요 등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신순갑 청예단 사무총장은 “오직 성적 향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 행해지고 에너지 분출기회인 체육이 학교교육에서 사라지면서 쌓인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무자비한 공격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학교폭력이 저연령화되고 여학생 폭력이 심각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경험이 있는 학생 중 63%가 초등학교 때 처음 학교폭력을 당한 것으로 응답해 2008년 조사(56.1%)에 비해 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경우 2명 이상의 가해자에 의해 폭력을 당한 비율이 82.7%로 남학생(62.9%)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초등학교 때 최초로 폭력을 당한 비율도 남학생(58.1%)에 비해 여학생은 69.3%로 높게 조사됐다. 기존의 인식과 달리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빨리, 더 많은 가해자의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심각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지만 학생들이 학교 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찾지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학교폭력을 당해도 ‘일어 커질 것 같아서’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창피해서’ ‘보복당할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피해학생 응답자의 64.3%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교폭력을 목격해도 같은 피해를 당할 것을 우려해 응답자의 56.8%가 ‘모른척한다’고 했다.

박철원 청예단 이사장은 “학교폭력법으로 보장된 ‘학교폭력 긴급전화’를 전문적인 민간기관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학교폭력종합대책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피해학생과 가족에 대한 치료시스템을 구축해 치료비를 지급하고 유치원부터 학급단위의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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