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지원 활동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하여 정상 회담이 이루어지고, 상호 방문, 교류를 통한 상호 존중의 풍토가 조성되고 있음은 통일을 위하여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러한 현실은 분단 55년 동안 반공 교육에서 통일 안보 교육으로 변모를 거듭하며 추진되어 온 우리의 통일 교육에도 일대 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휴전선을 비롯해 판문점, 땅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등지에서는 지금도 사진 촬영 등이 자유롭지 못하며, 대화는 물론 손짓 하나에 이르기까지 제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판문점을 관람하는 과정에서는 `어떠한 불상사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관람할 수 있는 냉랭한 분위기가 남아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동족간의 적개심, 증오, 오해, 갈등의 골을 한 순간에 씻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동질성과 분단 현실의 바른 이해와 함께 서로 돕는 관계의 형성이 통일을 이루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시대에 뒤떨어진 통일교육은 과감히 개선돼야 할 것이다. 국회 교육위 소속 이재오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통일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대답한 교사가 68%나 됐다. 통일 교육이 부진한 이유로는 `자료 부족', `학생들의 무관심', `입시 제도에 따른 시간 부족', `전문 지도교사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통일 교육은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발맞추어 달라져야 한다.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교육 자료가 더 많이 제공되고 체험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또 개편된 교육과정에 맞추어 교과서부터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내용과 체제로 개편되어야 한다. 교사를 연수시켜 통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게 하거나 교사 양성과정에 이를 반영하는 일도 더 없이 중요하다. 학생들도 성장 주기별로 한 차례씩 분단 현장을 견학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남과 북이 서로의 현실을 숨김없이 보여 주며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독무대가 되다시피 한 각종 통일 관련 토론회나 포럼, 심포지엄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여 통일 의식을 고취시키고, 통일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이질화된 언어와 사상, 감정은 교류와 대화를 통해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남과 북이 서로의 문물을 나누어 쓰고 공감하는 가운데서 겨레의 생태계는 복원될 수 있다. 체육, 문학, 미술, 음악, 영화, 연극 등의 활동을 통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오태근 전북 부안 동북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