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 EBS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수능에 대비하는 법, 공부를 잘하는 법 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잇따라 제작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작자들은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력지상주의에 편승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아킬레스건을 공략하는 선정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드라마와 예능, 학구열에 불타다 = 지난 2월 시청률 26.8%로 막을 내린 KBS 2TV 드라마 '공부의 신'은 오합지졸 고등학교 3학년 5명이 특훈을 받아 최고 명문대 진학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매회 공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일러준 이 드라마는 마지막 장면마다 구체적인 공부의 팁까지 제공하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는 초반 명문대 지상주의와 사교육 열풍 조장, 공교육 비하, 학원 간접 광고 등의 논란을 거세게 불렀지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열성적인 교사상을 보여주고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학생들의 모습과 그들의 인간적인 스토리 등을 부각시키며 논란을 희석시켰다.
종합오락채널 tvN은 지난해 10월 수능을 코앞에 둔 수험생에게 효과적인 공부 비법을 알려주는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를 선보여 히트했다.
프로그램은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영역의 스타 강사를 초청해 수능 100점을 올릴 수 있는 6가지 비법, 같은 점수로 상위권 학교에 합격할 수 있는 입시 전략 등을 전수했다.
이에 힘입어 tvN은 올 하반기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며, 그에 앞서 11일부터는 스타 강사 5인이 대입 수험생들을 위해 펼치는 공개특강 '공부의 비법'을 선보인다. 강사들은 '수능형 인간 개조 프로젝트', '반드시 수능 망하는 3가지 공부법', '3개월 만에 언어영역 만점 받는 마스터키 50' 등을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
여성채널 스토리온에서는 지난 1일부터 교육 리얼리티 프로그램 '영재의 비법'을 방송 중이다. 7~11세인 어린이 6명이 엄마와 짝을 이뤄 영재 교육을 받는 과정을 그린다.
'엄마가 변하면 우리 아이도 영재가 될 수 있다'는 구호 아래, 영재교육 과정뿐 아니라 전문적이면서도 유용한 교육 정보, 올바른 교육관 등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공부 비법'은 가장 자극적인 소재 = '공부의 신'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이래 꾸준히 2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다. 초반에는 수험생들의 이야기가 스타들이 등장하는 다른 트렌디 드라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실제 도움이 되는 공부의 비법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자극적인 소재로 작용했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2만8천건의 시청 소감을 쏟아내며 뜨겁게 반응했다.
tvN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 역시 12주간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렸다. 회당 최고시청률은 1.95%였으며 여자 40대 시청률은 2.21%까지 올랐다.
첫 방송 직후 '다시보기' 서비스에 접속이 폭주해 tvN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는데, 이에 tvN은 1억 원을 투입해 홈페이지 서버를 증설해 시청자가 '다시보기'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게 했고 다른 포털 사이트와 연계해 영상을 서비스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2주 만에 외국어영역 30점, 수리영역 20점을 향상시킬 수 있는 '스파르타 300전략'과 'CSI전략, '1200.333전략'을 비롯해, 중상위권을 초상위권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비법, 수능 시험장에서의 '막판 필살기' 등을 전했는데, 진행을 맡은 개그맨 이윤석-김진수와 강사들의 화려하고 직설적인 입담이 실질적인 입시전략과 맞물리며 큰 호응을 얻었다.
tvN은 "처음에는 성공을 반신반의했지만 교육에 재미를 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모델을 얻었다"고 밝혔다.
tvN '공부의 비법'은 서울대 출신 개그맨 서경석이 진행한다. 이 역시 강사들의 '독하면서도 뼈아픈 지적'과 최강 입시 정보를 버무려 관심을 끈다는 전략이다.
'영재의 비법'은 교육사업에 진출한 스타 탤런트 신애라를 내세워, 아이들의 영재교육에 관심이 많은 신세대 엄마들을 공략한다.
"대한민국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가 바로 교육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는 신애라의 말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하는 TV 제작진을 강하게 유혹한다.
■"유익한 TV" vs "학력지상주의 편승" = 이들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이구동성으로 '유익한 TV'를 표방한다.
'공부의 신'을 방송한 KBS의 이응진 드라마국장은 "이 드라마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보이스 비 앰비셔스(boys be ambitious.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다. 당신에게는 역량이 있고, 무엇을 하든 이룰 수 있으니 노력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부가 전부라는 것이 아니라, 한번 해보라는 것"이라며 "시청자에게 유익함을 줄 수 있는 드라마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tvN의 이덕재 팀장은 "tvN이 종합오락채널이지만 유익한 채널을 지향한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보고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폭발적인 것을 보고 후속 프로그램을 속속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들 프로그램이 학벌지상주의에 편승해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지상파에 비해 표현에 있어 좀더 자유로운 케이블채널에서 공부를 내세워 유행처럼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양산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점수를 올릴 방법을 알려주면서 청소년들을 점수 따는 기계로 만들고, 엄마들에게 자녀의 영재 교육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