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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학교폭력 중재의 방법

한완상 부총리의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장관 취임 및 올해 대통령 업무 보고를 계기로 요즈음 다시 학교 폭력에 대한 예방책이 교육계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의 대처 방안을 중심으로 학교를 비롯한 교육계와 정부 및 국회 측에 각각 다음과 같은 점을 주문하고자 한다.

우선 교육계에 대한 주문이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불만 중에 중요한 것이 요컨대,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즉, 폭력을 당한 학생측에서 학교에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학교나 교육당국은 쉬쉬하고 그냥 넘어가 버린다고 한다. 한 여론 조사는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의 단지 6%만이 학교에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생들의 33%가 '말해도 소용없기 때문' 이라고 답했으며, 실제로 피해 사실을 알려서 구제를 받았다는 답변을 한 경우는 22%에 불과하고, 36%는 '흐지부지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가해 학생은 오히려 떳떳이 학교를 다니고 피해 학생은 학교를 옮겨야 하는 모순이 빚어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같은 현상이 학교폭력을 더욱 조장하는 원인으로까지 작용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학교가 이렇게 소극적인 이유는 폭행사건이 알려지면 학교의 명예에 손상이 가고 학교장이나 교사가 문책을 받거나 근무평정상의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교는 교육적 차원에서 가해자도 학생이므로 피해자의 관용을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가해자의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사는 것에 불과하며, 어떤 경우에는 피해자 측에서 가해학생의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넘어가기도 한다고 한다.

생각건대, 양측의 주장은 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이 그런 양면성을 띠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견지에서 보면, 이제는 학교가 피해자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지금까지는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온정주의가 통용되었는지 모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학교 폭력 발생의 폭주나 그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적극성을 띠고자 하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에 정부와 국회 측에 대한 주문이다. 교육부는 2001학년도를 '학교폭력 대폭 경감의 해'로 선언하고 [학교폭력예방에관한특별법(가칭)] 을 연내에 제정하여 학교폭력 중재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하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청소년폭력예방및방지특별법안」을 제안하면서 그 제10조에 '학교폭력중재위원회 조직'을 규정하고, 학교 구성원 외에 사회복지사 등 외부 인사를 포함시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여, 학교폭력에 대한 조사 및 제소권을 갖도록 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임종석 의원 등은 가칭「학교폭력중재위원회설치및교육·치료에관한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하면서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위원회를 학교장 산하와 교육장 산하, 교육감 산하의 3단계에 설치하되, 그 구성원에 청소년상담전문가 등 외부인사를 참여시켜서, 학교 폭력피해자의 교육·치료 위탁에 소요되는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 등을 중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위의 세 가지 안의 공통점은 학교에 학교 운영위원회(학운위) 외에 또하나의 위원회를 둔다는 것이며, 그 위원회에 학교 구성원 외에 외부인의 참여를 강제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는 기존의 학운위 외에 지난 4월부터 전국의 각 시·도별로 설치되기 시작한 학교 분쟁조정위원회와 더불어 또 하나의 위원회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하는 것은 기존의 학운위가 충분히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을 별도로 설치하여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으로서 납득하기 곤란한 발상이라고 본다.

초·중등교육법 제32조가 규정하고 있는 기능에는 일반적인 학교운영 사항 외에도 기타 대통령령과 조례로 정하는 사항까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것을 살려서 학교 운영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 사항에 대해서 심의도 하고, 학교 폭력을 비롯한 분쟁을 조정·중재하기도 하는 기능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편 정부나 국회 측에서 별도의 기구 설치를 강구하게 된 것은 기존의 학교 구성원만으로는 중재의 기능을 하는 데에 전문성과 적극성이 떨어질 수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점은 고려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 방법은 학운회의 구성원 가운데 지역위원의 숫자를 적절한 범위로 확대하여 외부인사의 참여 폭을 넓히는 형식이 좋을 것으로 본다. 허종렬 (서울교대, 교육법·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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