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8 (월)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

<장애인의날> 교육받을 권리 보장돼야

교육현장서 교사·친구들 냉대와 차별 여전
특수학급·교사·시설 확충 시급

다운증후군을 앓는 지적장애 1급 김건우(7·가명) 군은 지난해 3월 A초등학교 일반 반에 입학했다.

건우 어머니 이모(37)씨는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받고 놀랐다. 담임은 "왜 이런 아이가 우리 반으로 와서 내 속을 뒤집어 놓는지 모르겠다"며 "아이가 너무 산만하고 교실을 자주 이탈해 힘드니 특수반으로 보내달라"고 화를 냈다.

이씨는 "건우가 반에 적응할 때까지 직접 짝이 돼 돕겠다"고 했지만, 담임은 반대했다. 학교의 특수교사에게 도움을 부탁했지만 '내가 맡은 아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마저 거부당했다.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이씨는 한 장애인 단체와 상담하고 나서, 학교 측에 교육청에 민원을 넣겠다고 전달했다.

그제야 담임은 "사과드린다. 처음 있는 일이라 스트레스를 받아 화가 치밀어서 그랬다"며 화해를 청했다.

민원으로 시끄러워지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사과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씨는 전학보다는 건우를 책임지는 선생님을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교사·친구의 냉대와 차별에 멍드는 장애아 = ㈔서울장애인부모회로 걸려오는 상담 전화 대다수는 장애 아동의 교육에 관한 것이다. 상담 기록에는 장애 학생에 대한 학교의 입학 거부, 담임교사의 냉대와 체벌에서부터 반 친구들의 언어·신체적 폭력, 따돌림,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가슴 아픈 사연이 빼곡하다.

서울장애인부모회 최석윤 대표는 "문제가 생기면 학교 측은 해결이나 재발책 방지보다는 일단 어떻게든 사건을 덮고 무마시키려 한다"면서 "학교장이나 일반교사뿐 아니라 특수 교사 중에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교사가 있어 문제가 생겨도 호소할 곳이 없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방치되고 도태된다. 교과 내용이 어려워지고 입시경쟁 때문에 장애학생에게 관심을 쏟는 교사와 친구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학교장은 장애 학생이 학교의 평균 성적을 깎아내린다며 교사는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피곤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장애학생 받기를 꺼린다.

다른 학부모들도 '우리 자녀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극심하게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대 특수교육과 이상훈 교수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사회적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지나치게 진학과 학력을 강조하는 독특한 구조"라며 "장애학생은 수업 분위기를 방해하고 반 평균을 깎아 먹는다는 인식이 강해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외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8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중 무학과 초등학교 졸업이 각각 16.5%와 33%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고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장애인은 10%에 불과했다.

많은 장애인이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소아마비 1급 지체 장애인인 아동문학가 고정욱(50) 씨는 "흔히 행복한 삶을 말할 때 교육.직업.결혼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교육"이라며 "대다수 장애인은 행복의 첫 단추부터 끼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과밀 학급 해소와 교사 충원, 시설 확충 필요 = 교육 현장에서는 특수 학급과 특수 교사 부족이 문제다.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을 충분히 보장하도록 특수학급당 정원을 유치원 4명, 초·중교 6명, 고교 7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정원을 초과하면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 중 37.6%가 과밀학급으로 조사됐고, 같은 해 10월 안민석·이상민 의원의 '특수교육여건평가' 결과에서도 전국 특수학교 40.8%가 과밀학급으로 나타났다.

김치훈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실장은 "한 반에 10명이 넘는 장애학생이 있는 학교도 많다"면서 "과밀학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필요한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돌보는 수준에 머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초·중교뿐 아니라 유치원과 고교까지 장애인 의무교육을 확대하면서 특수학급을 1042개를 증설했지만, 특수교사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교과부는 1만 5천 명 규모인 특수교사 정원을 맞추려고 지난해부터 2016년까지 매년 649명씩 증원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채용은 지난해 350명, 올해 361명 그쳤다.

특수교사의 부족은 과밀학급 문제와 더불어 현장에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가톨릭대 이상훈 교수는 "예산 부족으로 특수 교사 충원이 부족해 장애 학생에 대한 내실있는 교육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각 교육청 산하에 설치된 180여 개의 특수교육지원센터도 인원 부족으로 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에서도 편의시설 부족과 학습 지원이 미비로 장애인 학생이 학업에 열중하는데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전국 23개 대학의 '장애인 학생 지원체계'를 평가한 결과는 총점 100점 만점에 38점으로 나타났다.

실제 장애 학생들이 참여해 평가한 이 조사에서는 입학 전형에서부터 장애인 학생 지원센터 및 부서의 운용, 학습 도우미, 접근권 보장, 편의시설 등 모든 항목에서 저조하게 평가됐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관계자는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했지만, 학습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수학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정아영(24·여) 씨는 "도서관과 세미나실 등이 설치된 건물을 신축할 때에도 학교 측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만들지 건의했지만 아무 답변이 없었고 장애인 학생지원센터도 잘 운영되고 있지만, 장애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한 현실"이라며 "학교가 장애학생을 시혜를 베풀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야 할 대상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