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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교과서 왜곡은 제2의 침략행위


김장용
전남교련 회장·해남공고 교장

교과서 왜곡사건으로 대국민 규탄대회와 서명을 운동을 벌이고 정부차원에서 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던 게 1982년 11월의 일이다.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성난 파도처럼 우리는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대로 좌시하지만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일본의 태도는 오히려 의기양양하다. 교과서 왜곡의 배후에는 단순한 극우집단만이 아니라 집권 자민당과 정부관료들이
포진해 있다는 의혹이 속속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처방책이 없는 우리는 약한 자의 분노만을 삭이고 있다.
가슴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심심하면 한 번씩 들고 나오는 독도사건이나 교과서 왜곡사건은 일본인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침략행위를 했던 1900년대 초나 지금이나 그들의 근성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어야 한다.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면 역사로서의 가치를 이미 상실한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나라 역사나 힘을 가진 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보고 기록하려 한다. 그 흔한 말로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마련이다'는 말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순진한
생각에야 일본의 침략사가 고대사도 아니고 우리 나라를 비롯한 중국 동남아 등 뼈아픈 과거를 실제로 체험했던 역사의 증인들이 두 눈을 번히 뜨고
살아 있는데 설마 하는 마음도 가져보지만 번번이 설마가 사람 잡았다.
`우리는 우익이 아니라 애국자들'이라며 나선 태도가 1982년의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무엇인가 상당한 힘을 업고 기세등등하게 나서질 않는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위험한 역사 교과서가' 무사 통과된 사실에 대해 뜻 있는 일본의 시민단체들이나 언론기관에서 자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 굳이 후손에게 가르칠 필요를 느끼지 않아 그냥 덮어둘 뿐, 왜곡은 하지 않았다는 일본인들이 대부분이고
보면 그들이 얼마나 일본인의 자존심(?)과 긍지(?)를 살리는 교과서를 추구해 왔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또 강경 대응(?)에 나선다고 한다. 1982년에도 그랬다. 가두서명, 교육현장 특별수업, 각 교직단체의 반대성명, 주일대사 국내소환 등
분노의 물결은 제법 거세다.
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사람들은 우리 나라의 교육을 되돌아보게 된다. 전승국의 역사관 때문에 도리어 피해를 당해왔다고 여기는 뻔뻔한 일본
극우세력들은 일본이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자랑스런 나라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반면 우리는 제 나라의 언어와 역사를
가르치는 일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난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고등학교 7차 교육과정에서 `근현대사'가 선택으로 바뀌고 중학교 국사수업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그 우려 중의 하나다.
아닌게 아니라 작금의 상황에 즈음하여 우리의 역사교육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역사가 없으면 민족이 없고, 민족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는 안정복, 신채호 선생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오로지 진실 그 자체를 위해 투쟁하는
도리밖에 특별한 방법이 없음을 시사해 준다.
그것을 정부가 못하면 시민단체나 학계, 교사와 학생들이 공동 대처해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역사를 체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거짓
역사를 가르친다면 세월이 조금만 더 흘러도 왜곡된 역사가 사실처럼 둔갑해 활개를 칠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그 어느 때보다 교육이 바로 서고
역사가 바로 서야한다는 마음이 절박하다. 어쨌거나 자라나는 후세들을 바로 가르치려면 교육자의 몫이 가장 크다.
그런데 유사 이래로 땅에 떨어진 교권이 알게 모르게 이 나라의 역사교육마저도 망쳐 가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 듯 하여 가슴이 아프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사건은 반드시 바로잡아져야 한다. 하지만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어온 일본내 우경화의 움직임을 고려해 볼 때, 분명
쉽게 끝날 싸움은 아니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은 후안무치한 제2의 침략 행위 그 이상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모두 힘을 모아 보자. 우리 정부와
일본을 압박할 수 있을 만큼 `끝장을 보는' 분노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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