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밀레니엄)에서 시작한 조기유학붐은 글로벌인재 양성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동시에 '기러기 가족', 가정경제 파탄이라는 큰 부작용도 동반했다.
초중고 학생의 불법적인 조기유학 붐이 일기 시작한 배경에는 세계화와 국제화라는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된 세계화로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영어수요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고, 이에 부응해 교육계에서도 영어 인재 키우기에 집중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국제중, 국제고 등이 신설되고 외고 등 기존 특목고가 신입생 선발시험을 사실상의 영어시험으로 전환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2000년 이후 조기유학을 떠난 초중고 학생은 대략 15만명. 이 중에는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는 등 잘 적응해 현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학생도 적지 않다.
영국 대학입시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학생, 중국의 명문 칭화대 외국인 특별전형에 수석 합격한 학생 등 성공한 모델은 매년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단기 어학연수생 등 조기유학생 중 절반 이상은 국내로 돌아오는 것이 조기유학의 현 주소다.
2일 교육당국은 2007년 한해 출국한 조기유학생을 2만 9511명, 같은 기간 귀국한 학생은 1만 8362명으로 집계했다.
이 중 상당수는 목적했던 대로 단기간에 습득한 영어실력을 특목고 입시나 대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유학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에 걸친 조기유학 열풍을 돌아볼 때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부정적인 면도 많았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08년 12월 10일. 냉동고 수리공인 40대 가장이 냉동고에 가스를 주입하던 중 가스폭발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세 아들의 유학비와 현지에서 그들을 돌보는 아내 생활비를 마련해온 이른바 '기러기 아빠'로, 자신은 돈을 아끼려고 고시원을 전전해온 사실이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자녀의 조기유학으로 가정이 깨지고, 매달 수백만원씩 하는 유학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가정경제가 파탄하는 사례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무수히 보도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7년 공개한 조기유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는 실제 조기유학이 생각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06년 6~11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에서 조기유학 중이던 학생 4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유학생 과반수가 타인에게는 조기유학을 권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60%는 현지에서 또다른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는 자녀를 해외에 보내면 최소한 영어만큼은 잘 배워 돌아올 것으로 여기지만 1~2년의 외국 생활로 기대 만큼의 실력을 쌓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영어학자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우리사회의 조기유학붐은 '옆집이 보내니까 내 아이도 보낸다'는 식의 맹목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조기유학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모험과도 같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한다"고 조언한다.